[벤처포럼]정보화 시대의 지재권

◆윤선희 한양대 법대 교수  

 21세기를 흔히 지식정보사회라 말한다. 공장 안에 기계설비를 갖추고 석유나 석탄을 이용해 생산하던 굴뚝산업 시절 공장마다 수많은 직공이 기계를 조작하고 설비를 돌리던 20세기가 바야흐로 그 자리를 새로운 주인에게 내주고 있다.

 즉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첨단 벤처산업이 산업 발전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세계는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런 양상에 발맞춰 기술선진국이던 구미 각국도 그들의 입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선진국들마저 사회 저변의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범국가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 나라가 추진 중인 자국 기술의 개발과 보호에 대한 정책들은 여러 가지 세제혜택과 연구개발비 지원, 관련 법제도 정비 등 다각적인 형태로 구사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 개발과 관련된 특허 등 지적재산권 확보와 그 보호조치, 지적재산권 정책 수립을 위한 기업 홍보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특허 등 지적재산권 출원과 등록절차를 밟아 이후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이처럼 구미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기술에 대한 보호를 앞세워 강력한 지적재산권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기술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투자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한다는 시각이 일반화돼 있다. 자사 기술에 대한 특허 등 지적재산권 확보를 통해 기술과 관련된 자신의 권리와 기업 이윤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최근 그 변화의 물결에서 가장 급부상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만난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위에 구축된 가상의 시장이 그것이다. 이제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쉽고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전자상거래시장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면서 오프라인의 기존 시장규모를 따라잡아 상거래 전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자상거래가 가진 중요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원클릭 기술, 장바구니 기능 관련 기술 특허와 관련된 이들 분쟁은 지적재산권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입증했다. 쇼핑몰 구축 관련 분야만 해도 네트워크 솔루션 기술, 암호화 기술, 전자화폐 기술 등은 첨단 IT들이 합쳐진 것으로 지금도 수많은 국내외 업체가 경쟁적으로 기술개발과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주기(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정보통신 관련 기술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지적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은 자칫 기술의 발전 방향이나 속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충분한 법적 보호 가치와 근거를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해서만 정당한 사용 범위에서 독점적 지위를 인정해주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보호한다는 지적재산권 정책의 기본 원칙에서 본다면 구미 선진국은 경쟁력 우위를 내세워 지나치게 자국 산업 보호와 이익 증대를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 등 오늘날 굴뚝없는 산업에서 기술개발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절대강자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실정이다. 대기업, 벤처기업할 것 없이 기술개발에 뒤지는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히 도태되고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그 사회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된 기술은 분명 많은 산업적·재산적 가치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노력의 산물에 무임승차해 기술을 모방,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치들도 생겨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그 폐해를 막기 위해 정보에 대한 보호와 아울러 타인의 소중한 정보를 가로채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도 가해져야 할 것이다. 이 둘 중 어느 것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할지는 좀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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