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콜센터업체가 국내 공기업이 실시한 입찰과 관련해 담합의혹을 제기한 일이 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업체가 제기한 의혹은 현재 감사기관에서 조사하고 있어 진위여부는 조만간 밝혀질 터이지만 어찌되든 작은 업체가 공기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일 자체가 대단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이번 일이 입찰에 참여해 본 업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좋지 않은 관행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한 업체 사장은 이를 두고 ‘다 알려진 비밀’이라고 일축한다. 사기업을 제외하고 공기업의 입찰은 말 그대로 투명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현실의 입찰들은 이와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입찰이 특정업체에 유리하게끔 참가자격이 매번 달라진다.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사례가 참가자격에 대한 제한을 두는 경우로 자본금이나 제품납품공급확약서의 유무 등으로 참가자격을 원천봉쇄한다. 또 미리 제품을 준비한 업체가 아니면 낙찰을 받더라도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없도록 납기를 조절하는 방법도 흔한 사례다.
여기에 입찰공고 자체를 금요일 저녁이나 휴일을 바로 앞두고 공개한 후 월요일이나 휴일이 끝난 직후에 접수를 마감해 정보를 알고 있는 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얄팍한 방법도 동원된다고 한다. 이밖에 위험부담을 줄인다는 명목 하에 과거 구축사례가 없는 업체들에는 참가자격을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입찰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면에는 기존에 구축한 전문업체의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 업체와의 관계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입찰은 공정할 때 그 의미가 있다. 더욱이 최근 IT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편파적인 입찰로 업계의 의욕마저 꺾어버린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번 일을 제기했던 사장은 끝까지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며칠 전과는 달리 목소리에는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아마도 달라지는 것은 다음 입찰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역효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엔터프라이즈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