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1년6개월만에 상원을 탈환하고, 또 하원의 의석수를 늘리는 등 상·하원 모두 장악하는 승리를 거둠에 따라 미국의 IT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친기업적인데다가 그동안 하이테크업체들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보다 우호적인 정책과 제스처를 취했던 점에 비추어, 초고속인터넷 보급 등 미국의 IT정책 활성화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한 단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상원 공화당 의원들이 하이테크업체들의 견해에 84%나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낸 반면 민주당은 65%에 그쳤다. 또 하원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43%였던 반면 공화당은 이의 두배가 넘는 89%가 친IT기업적이었다. 이에 따라 전자정부 구축과 초고속인터넷 보급, 그리고 지역전화회사들의 장거리시장 진출 등 각종 IT정책들이 친기업적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인용컴퓨터(PC) 등 모든 전자기기에 저작권보호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민주당 홀링스 의원이 상원 분과위 의장에서 물러나는 등 그간 업체들에 불리한 법안을 발의해온 의원들의 영향력이 줄어듦에 따라 미국 IT업체들도 환호의 함성을 내지르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측에 기부금 중 3분의 2를 내며 IT업체들 중 기부금 서열 톱10에 들어간 마이크로소프트, 게이트웨이,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 등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정치모금 등 인터넷이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가고 있음을 실감한 선거였다.
◇친IT기업 의원 위상 높아져=내년 1월부터 새로운 의회가 시작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의원인 프리츠 홀링스가 상원 상업위원회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의 분과위 의장은 청문회를 개최하고 증인을 부르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홀링스 의원은 모든 전자제품에 저작권보호 기술을 내장해야 한다는 소위 ‘홀링스 법안’을 발의, 비용부담을 의식한 하이테크업체들에 ‘미운 오리’였다. 반면 홀링스의 의장직을 이어 받을 인물은 아리조나의 공화당 의원 인 존 매케인으로, 그는 현재 상업위원회에 속한 공화당 의원 중 서열이 가장 높을 뿐아니라 IT업계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사법위원회에서도 버몬트 민주당 의원 패트릭 리히 의장이 자리를 공화당 의원 오린 해치에게 물려줄 것으로 보인다. 패트릭 리히 의원은 가상 어린이 포르노그래피 금지법안 발의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탐욕자’로 묘사하는 등 소프트웨어 기업에 적대적이었다. 그의 반 마이크로소프트적 자세는 그의 지지기반인 유타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 기업이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아마추어 송라이터이면서 MP3 애호가이기도 한 해치 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에 대해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예외로, 상원 과학분과위 의장인 공화당의 코니 모렐라가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밴 홀렌에게 져 낙선했다.
◇정착되는 온라인 정치자금 모금=이번 선거에는 전자우편,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정치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표준으로 될 정도로 크게 늘었다. 정치와 온라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폴리틱스온라인(PoliticsOnline)에 따르면 주요 접전지역의 후보자들 중 70%가 이번 선거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년전의 60%보다 1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그리고 2년전에 비해 보다 많은 후보들이 웹을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했는데, 55% 이상의 사이트들이 이에 동참했다. 2000년에는 25%에 불과해 불과 2년만에 배 이상 높아졌다. 폴리틱스온라인은 후보자들이 온라인으로 모은 금액도 2000년에 비해 두배정도는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후보자들이 아직 인터넷을 캠페인 도구로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 컨설턴트인 라이트클릭스트래티지스(Right Click Strategies·http://www.rightclicks.com/index2.html)는 “2002년 후보자들이 그들의 웹사이트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며 웹사이트가 커뮤니케이션 툴로 완전히 정착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선거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유권자들이 어디에서 투표해야 하는 지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덧붙인 라이트클릭스트래티지스는 “단지 8%의 사이트만이 전자우편을 사람들에게 보내 어디서 투표해야 할지 상기시켜 줬다”고 밝혔다.
◇하이테크 기업들 영향력 높아져=하이테크 기업들이 이번 선거에 낸 기부금은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 선거와 비교해 줄어들었다. 지난 9월 현재 하이테크 기업과 직원들이 기부한 돈은 1820만달러 였는데, 이는 2000년의 4080만달러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 하지만 하이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IT기업들은 이번에 8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냈는데, 10년전만 하더라도 510만달러에 기부금 순위가 36번째에 불과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