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YNK 윤영석 사장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매년 성탄절이 다가오면 조그만 예배당에서 얼어버린 조그마한 손을 호호 불며 서로에게 칭찬하기 게임을 하던 기억이 나곤 한다. 아이들이 둘러앉아 친구들의 좋은 면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을 하며 친구를 조금 더 살펴보고 장점들을 찾아 닮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학교에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상대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배우기도 한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어느새 상대의 잘못을 많이 발견하는 것이 미덕인 양 여기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닐까.
게임 관련 업계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네도 드물 것이다. 자사가 만든 게임은 고쳐야 할 부분이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사실 알고 있더라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경쟁사 게임에서는 너무도 쉽게 문제점을 발견하곤 한다.
우리 회사에 처음 입사한 몇몇 직원이 경쟁사 게임의 문제점만을 지적하길래 야단을 친 적이 있다. 타사의 게임이라고 해서 비난만 하는 습관은 회사에도 또 직원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 게임에서 장점을 찾고 또 그것을 우리 게임과 비교·분석하는 태도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상대를 지적함으로써 일종의 정신적 만족감과 우월감을 얻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다 자신을 발전시키려면 칭찬에 인색해서는 안된다.
최근 우리 회사가 퍼블리싱하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유저들이 비교적 좋은 매너로 플레이를 한다. 게임 속에서 서로 ‘대전’을 하지만 상대 플레이어에게 위로와 격려를 한다. 이런 모습들이 ‘게임’을 ‘문화’로 인정받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아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리니지’는 매우 뛰어난 게임이며 게임개발자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에서 물의를 빚었다고는 하나 그 게임이 일본에서는 상당히 매너가 지켜지고 있으며 게임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가 ‘비판을 위한 비판’만이 되풀이되는 악순환 속에서 지쳐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제 개발사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가 성숙해가고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포용력을 가졌으면 한다.
혹자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리니지’가 영등위 판정을 받아 유저가 줄고 다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어쩌면 이 같은 기대가 경쟁 업체나 경쟁 게임을 깎아내리는 데 어느 정도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경쟁 게임이 인위적인 조치를 당해 유저가 이탈할 때 이탈한 유저가 자신들의 게임으로 유입될 것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하나의 산업이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위기에 편승해 실익을 얻는 것은 단기간 가능할지 모르지만 긴 생명력을 갖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우리 게임산업이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공정한 경쟁 속에서 상대를 추월하는 분위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세계적인 문화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평가절하해 내가 그 위에 올라서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보다 많은 업계의 리더, 국민의 리더, 세계의 리더가 길러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장점을 칭찬해주고 격려하는 그런 풍토가 조성됐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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