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리온의 표류`

 디스플레이생산업체인 오리온전기가 노사간 극한 대립으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문제에서 촉발된 노사간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폭력사태로 비화되며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미시·구미경찰서·노동부 등 지역 관계 기관들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노사간 불신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회사 측은 고용조정 포기 선언에 이어 6일 일부 사무직 사원과 비노조원, 협력업체 관계자들까지 총동원해 생산라인을 부분적으로 가동했으나 노조 측의 반발로 하루 만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회사를 살리자’며 마지막까지 회사를 지키던 사무직 사원들도 7일 오전 11시 전원 철수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점이다. 또 내년 사업계획 마련 등 해결해야 할 난제도 산적해 있다. 회생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채권단도 대부분 손실처리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외부 경영환경도 오리온전기를 더욱 옥죄고 있다. 경쟁제품인 TFT LCD 가격 폭락으로 브라운관(CRT)시장이 갈수록 위축돼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전략사업으로 추진 중인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유기EL 등 평판디스플레이부문마저 최근 경쟁업체의 움직임이 빨라져 자칫 기회를 놓칠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 때문인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오리온전기 사태를 매우 안타까운 눈으로 보고 있다. 이러다간 한때 삼성SDI·LG필립스 등과 함께 한국 브라운관산업의 3대 축을 형성하며 ‘디스플레이 명가’로 이름을 날리던 오리온전기가 끝내 침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산업은 이제 국가 기반산업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번 오리온전기 사태를 ‘집안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결국 어느 누구도 얻을 게 없으며,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되새겨지는 시점이다.

  <산업기술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