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웡(31)은 졸음이 쏟아지는 어느 날 아침 라디오의 졸음 버튼을 막 누르려다 라디오에서 오디오 서적에 대한 뉴스가 나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 카세트테이프 서적을 무척 애용하던 그녀는 이 소식을 다 듣고 나서 오디오 서적 대여점을 개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 그녀는 웨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건너편의 새너제이 중심가에 ‘올 이어스 오디오북스’라는 이름의 오디오 서적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점포는 문을 연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늘 고객들로 북적댄다.
오디오 서적 시장은 현재 2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미국인들이 출퇴근 교통정체로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 시장의 규모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오디오 서적 업계 단체인 오디오출판사협회(APA)에 따르면 오디오 서적의 4분의 3 정도가 차안에서 이용되고 있다.
오디오 서적은 시인인 딜란 토머스가 지난 52년 자신의 시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것이 그 효시였다. 그 뒤 카세트테이프 서적은 계속 출판, 판매돼 왔으나 카세트테이프 책 임대는 이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APA의 에일린 허튼은 현재 오디오 서적 다운로드 사이트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오디오 서적 대여점은 베이지역에 있는 체인점 2곳을 포함해 미 전역에 24군데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 이어스는 실리콘밸리의 유일한 독립 오디오 서적 대여점이다. 이 점포가 지난 7월말 개업한 이후 530여명의 고객이 카세트테이프 책을 빌려갔으며 이들 중 25%가 요금 선불제를 선택했다. 이 점포 웡 사장은 영업이 요즘처럼 잘 된다면 1년 반만에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레이에 사는 그레이스 보이여와 그녀의 남편은 올 이어스에 3개월 동안 회수제한없이 빌릴 수 있는 요금인 99달러를 지불했다. 휴렛패커드(HP) 직원인 그녀는 카세트테이프 서적 덕분에 남편과 화목하게 2시간 동안 자동차로 함께 출퇴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테이프를 켜놓고 듣다보니 싸우는 일이 줄었다”며 “이제는 카세트테이프 책 없이 출퇴근한다는 것을 상상조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임대업은 분명 유망업종이다. 오디오 서적의 가격은 책의 완본판을 들려줄 경우 무려 80달러에 이른다. 웡 사장이 운영하는 점포에는 이러한 완본판을 포함해 5000개의 타이틀을 비치하고 있다. 그녀는 오디오 서적을 임대뿐만 아니라 판매도 한다. 이들 5000개 타이틀은 모두 그녀가 손수 고른 것들이다. 웡의 점포에서 가장 많이 팔리거나 임대되는 오디오 서적은 미스터리, 경영, 어린이 책들이다. 이 점포 고객의 3분의 2 정도는 40대 여성들로 이는 미 전국적인 오디오 서적 이용자들의 구성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그녀는 소프트웨어 판매라는 고수입 직업을 그만두고 자신이 저축한 25만달러 이상을 이 점포 개업에 투자했다. 그녀는 1주일에 90시간을 이 점포에서 일한다.
APA에 따르면 1996∼2000년 동안 오디오 서적 매출이 종이 서적 매출을 41% 이상 앞질렀다. 매년 출판되는 신간 오디오 서적이 몇 권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많은 출판사가 종이 서적 출시에 맞춰 오디오 서적도 함께 시판하고 있다. 오디오 포맷으로 판매되는 타이틀의 종류는 베스트셀러에서 고전, 로맨스, 교과서 등 거의 모든 서적을 망라하고 있다.
오디오 서적은 카세트와 CD 두가지 형태로 출판된다.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완본판 등 대부분의 타이틀은 45분짜리 카세트테이프 1개가 CD 1장보다 3분의 1 정도 더 많이 녹음하기 때문에 주로 카세트테이프로 만들어진다. 웹 사이트에서 MP3 오디오 포맷으로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출판사는 극소수지만 다운로드 요금은 카세트테이프 서적 가격의 절반 정도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