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전자정부 세우려면 행정을 조각내라

 국가경영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전자정부를 구축하는 목표는 초고속 인터넷 등 첨단 IT를 활용해 각종 행정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것. 그러나 실제로 국가 정보화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 정부 관료(CIO)들을 만나면 “어려움도 많다”고 털어놓는다. 무엇보다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개인정보(프라이버시) 보호 등 법률 및 기술적 장벽도 많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IT컨설팅 회사 가트너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자정부 관련사업이 실패로 끝나는 가장 큰 원인을 정부 및 공공부문에 팽배해 있는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민간 협력업체들과 전자정부 기획부터 구축 및 운영 등의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국가경영에 IT를 접목한 전자정부를 운영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호주에서 IT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 정부 관료들의 전자정부에 대한 인식은 남다르다.

 호주 각 부처 CIO를 맡고 있는 이들은 “이제 단순히 웹사이트에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의사결정 및 대민간 행정서비스 관련업무 처리과정을 통째로 인터넷 위주로 개편하는 전자정부로 변신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인터넷에 (가상의) 대민 서비스 창구를 개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번주에는 적은 비용으로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CIO들이 가장 먼저 벽에 부딪히는 것은 제한된 예산이다. 또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컴퓨터 시스템을 구입한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법률 및 정치적 환경, 또 기술적인 요소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트너는 이러한 문제 가운데 전세계 공공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CIO들을 괴롭히는 예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업체들에 위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과감하게 민간부문에 이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많은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IT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제공업무를 외부에서 찾는 아웃소싱 전략에 관해 빠르게 배워 나가고 있다. 최근 IT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빠른 기술발전, 시민과 기타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기대치 상승, 시민을 중심으로 하며 보다 투명한 업무처리를 위한 야심찬 계획 등 주변환경이 모두 공공부문과 다양한 민간 중개업체간의 효과적인 협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해불 수 있다. 이들 대안은 특히 혁신 프로젝트나 비즈니스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단순히 기술 또는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는 것부터 IT 시스템 및 관련 업무처리(솔루션)까지 통째로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때 민간기업 또는 비영리조직의 협력업체들은 공과금 수납 등 단순한 정부업무를 대행하는 것에서부터 서비스 통합, 마지막으로 부가 서비스 제공 등 세 가지 역할 중에 하나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자.

 ◇전통적 중개=정부가 각종 행정서비스 제공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있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은행이 각종 공과금을 받는 것에서부터 자동차 운전학원이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것이나 공인회계사(CPA)들이 세금납부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것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또 다양한 업종 관련 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협회나 상공회의소들도 각종 정부 인·허가 및 등록 서비스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 중개자의 역할은 강한 규제를 받으며 적절한 규정 또는 감독기관들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정부가 각종 행정서비스를 외부기관에 위임하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대행기관을 활용하는 것이 행정당국의 비효율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정부 기관들이 직접 인터넷을 이용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많은 전통적 중개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관련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도 인터넷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시스템을 가동한 것이 극히 최근의 일이지만 기업들의 회계처리를 돕는 회계법인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회계장부 정리부터 각종 서류 작성용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 업무까지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통합=정부 기관들이 종종 자신들의 서비스를 결합하고 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개업체들의 도움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종 응용 프로그램(유틸리티) 또는 특정 웹사이트를 통해 사용자를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주민들이 이사를 한 후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주소만 통보하면 ‘주민등록 이전’ 등의 서비스를 원클릭으로 제공할 수 있다.

 ◇부가 서비스=앞으로 온라인 중개자의 가장 흥미로운 역할은 정부 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수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 중개업체는 자사 고유의 정보와 서비스를 정부 정보 및 서비스와 통합하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여행사는 문화 및 여행 관련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은행은 온라인 세금납부 관련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보험회사들도 병원 및 보건소의 진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민간 협력업체들에 위임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은 개인정보 누출 및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이러한 추세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개업체와 한 곳 또는 여러 곳의 정부 기관간의 데이터 교환은 정부 각 기관간의 데이터 교환에서와 동일한 보안 및 프라이버시 위험을 주고 있을 뿐이다.

 데이터 보호 및 정보제도의 자유에 따라 특별한 목적으로 기관이 수집한 데이터는 다른 정부 기관에 보내는 것보다 민간 기업에 보내는 것이 더 쉽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부 통합’을 이룩하려면 이들 장벽 중 일부를 제거해 좀 더 부드럽고 간단한 중개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성공사례 소개=민간 협력업체들과 공동 운영하는 전자정부 서비스 중에 가장 성숙된 분야로 온라인 세금징수 관련업무를 들 수 있다.

 최근 미국 재무성 내국세국(IRS)은 민간 업체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납세자들이 (온라인) 세금징수 대행업체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도록 배려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과 유사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직접 및 중개업체를 통한 (온라인) 납세서류 제출을 모두 허용하고 있는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도 직접 서류를 제출하는 것에 비해 중개업체를 통해 납세서류를 제출하는 것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독일에서는 두 개의 민간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독일 최대 주와 공동으로 정부와 기업간(G2B)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e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를 개설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남미의 칠레도 최근 민간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 각 기관들의 웹사이트를 기획업무부터 구축 및 운영, 유지보수 업무까지 제공하는 사례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들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적은 예산으로 효과적인 전자정부를 건설해 운영하는 데 민간 업체들의 협력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