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통신 공룡 NTT 외풍에 흔들린다

 일본 공룡 통신기업인 NTT가 최근 ADSL 및 FTTH 등 브로드밴드 분야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ADSL분야에 소프트뱅크그룹의 비비테크놀로지(BBT), 광통신망(FTTH)분야에 도쿄전력을 선두로 한 전력계 업체 등이 낮은 가격과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워 NTT의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NTT는 브로드밴드 서비스에서 열세에 놓여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 연말을 계기로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포함한 판매강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코교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이번달 ‘브로드밴드비전’을 발표할 예정인 NTT로서는 이같은 고전이 이어질 경우 NTT의 비젼에 대한 회의가 대두할 것으로 보여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선두 빼앗긴 ADSL=통신관련 모든 분야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NTT에 대해 규제 수위를 결정하는 총무성은 최근 “ADSL분야처럼 이미 NTT가 지배력을 잃어버린 시장이 있다”며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NTT가 소프트뱅크그룹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본 ADSL시장은 9월말 현재 422만명(총무성 집계)에 달하는 등 매달 30만명 정도가 새롭게 가입, 순조로운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NTT동·서의 점유율은 40.9%로 8월보다 0.6% 떨어졌지만 아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서를 따로 놓고 보면 NTT동일본(22.2%), 서일본(18.7%)은 이미 소프트뱅크그룹의 BBT(23.9%)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월간 가입자수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NTT동·서일본의 9월 순가입자수 점유율은 33.3%에 머무른 데 비해 소프트뱅크는 41.7%에 달한다. BBT의 가입자수 증가는 최근 서비스 개시한 12Mb서비스와 인터넷전화서비스인 BB폰에 힘입고 있다. 또한 2개월 무료 컴페인 등 공격적인 판촉활동이 한 몫하고 있다. NTT측은 이런 열세를 안고 연말 시즌을 맞이할 수는 없다는 판단하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딱히 NTT가 내놓을 카드가 없어 연말 시즌을 고스란히 BBT에 상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험신호, FTTH=FTTH 가입자수 동향을 보면 전력계 업체들의 진입이 NTT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에 68.7%까지 달했던 NTT의 시장점유율이 도쿄전력 등 전력계 업체의 서비스가 본격화한 올 여름 이후 6월 한때 59.9%를 기록, 60% 밑으로 떨어지는 등 60% 전후에 머물고 있다. 특히 NTT서일본의 경우 간사이전력 계열의 케이오프티콤의 저요금 공세로 점유율이 20% 아래로 전락, 9월말 16.9%까지 떨어졌다.

 NTT동일본 역시 인터넷접속사업자(ISP)용 도매가격을 인하하며 압박해오는 도쿄전력에 고전하고 있다. NTT동·서일본에 있어 FTTH서비스는 장래의 최대 수익기반으로 여겨지는 성장분야다. FTTH시장은 9월말 현재 11만명에 머물고 있어 아직 점유율 변동 여지가 크기 때문에 지금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NTT동·서는 제1종 지정전기통신사업자로 지정돼 있어 요금정책을 총무성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요금 설정이 가능한 전력계 업체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올 연말 시즌은 NTT가 브로드밴드분야에서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가름할 첫번째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