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D램 강국 `실지 회복` 선언

 사실상 유일한 일본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최근 새로운 사장 영입과 함께 ‘일본 D램산업의 자존심 회복’이라는대장정에 나섰다. 관심을 모으며 일본 유일의 D램 업체 최고 사령탑을 맡은 이는 사카모토 유키오. 대만 UMC그룹에서 스카우트돼 온 그는 취임과 동시에 “3년 이내에 D램분야 세계 시장점유율 3위 이내에 들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밝혀 벌써부터 일본경제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본래 엘피다메모리는 NEC와 히타치제작소가 50%씩 출자해 만든 회사인 만큼 CEO 역시 양사가 번갈아 맡기로 합의된 상황이다. 하지만 양사 출신을 고집하는것 만으로는 엘피다메모리의 사업강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하에 전격적으로 외부 사장을 영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카모토 사장은 3년내 세계 3위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우선 “내년 4∼5월 히로시마공장의 제조능력을 300㎜ 웨이퍼 월 3000장에서 1만장으로 늘리고 싶다”고 밝히고 “월 3000장으로는 비용을 줄일 수 없다”고 증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은 지난달 가동에 들어간 이제 갓 한달된 신생 라인이다. 본격 가동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는 상태다. 또한 월 1만장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약 800억엔을 설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여기에 내년 3월말까지는 미쓰비시전기로부터 D램사업부문을 인수할 예정으로 있어 신임 사장의 첫 발언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거운 감이 없지 않다.

 엘피다측은 필요한 자금확보에 대해 미쓰비시와 제휴관계에 있던 대만의 PSC 등 외국계 반도체메이커는 물론 일본 전기전자메이커들에도 자본 출자를 요청하는 등 외부 출자규모를 3분의 1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가 되는 점은 엘피다메모리가 NEC와 히타치의 50대50 출자회사라는 태생적 한계다. 즉, 카리스마를 갖고 중대결정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힘을 CEO가 갖기 힘든 구조다. 이는 지금까지 엘피다메모리의 약점으로 줄곧 지적돼왔던 점이다. 따라서 사카모토 사장이 CEO로서 얼마만큼 경영에 대해 권한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카모토 사장은 엘피다메모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전략을 제시하는 등 초반부터 의욕적이다. “세계 3위가 되기 위해서는 15∼20%의 시장점유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향후 생산량의 50% 정도를 대만의 수탁생산업체(파운드리)와 제휴를 통해 생산할 것”이라고 전략을 밝혔다. 그는 또한 PC용 이외의 D램 사업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소니의 반도체 제조 자회사인 ‘소니세미컨덕터큐슈’의 전 대표이사인 오오츠카를 최고집행책임자(COO)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내년 4분기(10∼12월)에는 흑자 전환를 이루고 엘피다의 주식 공개를 성공적으로 실시, 세계 3위를 향한 제1보를 내딛다는것이 사카모토 사장의 현 목표다.

 80년대 한때 전세계 D램 생산량의 90%를 점유하며 압도적 강자의 지위를 지키던 일본 D램 산업은 최근 잇단 사업 철수와 인수·합병이라는 격랑을 거치면서 D램 제조업체로서는 유일하게 엘피다메모리만이 남아 있는데, 이 때문에 새 사령탑에 오른 사카모토 사장에게 일본 경제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