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한국정보문화센터소장 ygson@icc.or.kr
일찍이 선인들은 우리 민족을 가리켜 고무진신(鼓舞盡神)의 민족이라 했다. 중국인이나 서구인은 궁리진신(窮理盡性), 즉 이치를 골똘히 궁구하며 사물의 본성을 캐내는 데 반해, 우리는 북치고 춤추며 몰아의 경지로 빠져들어 접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고 엑스터시에 잘 빠져드는 민족이 우리네다. 무언가 정서에 깊이 빠져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민족이 우리들인 것이다.
인터넷과 관련해서도 그런 모양이다. 지난해 11월 우리 센터가 네티즌 1만4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1.6%가 심각한 인터넷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61.7%가 크고 작은 증세를 토로하는 등 63.3%가 인터넷중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의 정보이용자가 지나치게 컴퓨터에 접속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정도의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히 인터넷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8일에는 잠도 자지 않고 86시간이나 온라인게임을 해온 한 20대 남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우리는 뭔가에 잘 몰입하는 민족성 덕택으로 빠른 시간안에 선진국들조차 놀라는 정보통신분야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이제 IT하면 코리아라고 할 정도로 이미 IT기반이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은 ‘양날을 가진 칼날’이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보기술이 이기(利己)가 될 수도 있고 독약(毒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하는 인터넷을 오용함으로써 사회를 파멸로 이끌려 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면 태산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저력을 잘못된 곳으로 쏟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사회 일각에서 우리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산하여 건강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