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디지털TV 보급 급류탈듯

 가전업계와 케이블TV업계간 이해가 얽혀 삐걱거렸던 미국의 디지털TV 보급이 두 업계의 극적인 타협에 힘입어 급물살을 타게 됐다.

 USA투데이(http://www.usatoday.com) 최근호는 미국 가전업체들과 케이블TV업체들이 디지털TV신호 수상용 셋톱박스를 TV수상기에 내장하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오는 2004년부터 디지털TV 신호를 수신하기 위한 외장형 케이블TV 셋톱박스는 없어지고 대신 소비자들은 TV에 카드만 삽입해 고화질 디지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유럽의 가전업체인 톰슨사 관계자는 “디지털TV로 가는 마지막 장애물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가전 및 케이블TV업계간 이번 합의내용은 이달중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상정될 예정인데 FCC는 이 합의를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06년경에는 미국내 소비자의 85%가 디지털TV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합의로 미국내 디지털TV 보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케이블업체들이 디지털TV 신호전송 표준을 마련, 지상파 방송사들에 앞서 디지털TV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통신당국인 FCC는 가전업체들에 앞으로 2년에 걸쳐 대형 화면 디지털TV 수상기 생산량의 절반에, 그리고 2006년까지는 13인치 이상 디지털TV 수상기 전부에 튜너를 자발적으로 설치하도록 요구해왔다. 이는 방송사가 디지털 방송을 늘리고 케이블TV업체가 디지털 방송 전송에 적극 나서도록 함으로써 시들해져가는 디지털TV 방송 전환 움직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포석이었다.

 반면 디지털TV 수상기를 제조하는 가전업체들은 FCC의 요청이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옥상 안테나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쓸모가 있지만 지상파 이용자는 미국인의 7%에 불과해 TV 방송을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수신하는 8500만명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더 이상 합의를 미룰 경우 디지털TV 시장이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들어버릴 것이란 우려가 미 산업계 전반에 퍼지면서 두 업계가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 디지털TV신호를 전송하는 케이블 시스템은 중간에 아날로그방식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셋톱박스를 두고 있어 완전한 고선명 화면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일부 케이블업체들이 월 10달러 대에 디지털TV용 셋톱박스를 임대하고 있지만 사용자 수는 극히 제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선기자 h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