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국제협력의 시작

◆한국전기연구원 경영정책실 국제협력홍보담당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 동안 한국전기연구원이 주관한 ‘한-동남아시아 전기기술교류회(Southeast Asia Rim-Korea Exchange of Electrical Technology)’ 행사에 초청인사로 참석한 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의 전력청 및 중전전기시험 관련기관 대표단과 함께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한-동남아 전력기술교류회는 동남아 국가와의 기술협력을 증진하고 우리나라 중전기기업체의 진출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지원하고자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행사였다. 이번 교류회는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 실무자들이 동남아 4개국의 전력산업과 전기공업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물론 그들의 독특한 생활방식까지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20여년 동안 국제협력 관련 업무를 담당해 많은 외국인들과 대화를 가져왔지만 이번에 만난 동남아 4개국 인사들처럼 서로 인간적으로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청과정에서 이번 행사에 다른 저의가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었던 일부 대표단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열고 농담까지 하게 되었고 헤어지기 이틀 전에는 ‘빅 브러더(big brother)’ ‘리틀 브러더(little brother)’ ‘코리아 브러더(korean brother)’로 서로 호칭할 정도로 친숙해졌다.

 물론 그들과 친숙해졌다고 연구원과 국내 기업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대표단이 행사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 라마단으로 인해 새벽 4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 한모금 마시지 않는 모습을 보고 소위 라마단 브렉퍼스트(breakfast)라는 야식을 준비해 주었을 때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표들이 보여준 마음은 기쁨 그 자체였다.

 사실 우리나라 전력산업과 전기공업은 지난 25년 동안 정부의 정책지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국내업체들의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지금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도 국내 규격을 국제산업규격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듯이 WTO 출범과 더불어 상호간의 이익추구를 위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아세안(ASEAN)·나프타(NAFTA)·EU 등 경제블록이 종전보다 더욱 더 강한 유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국제산업규격과 규범은 새로운 강력한 교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국제산업규격과 규범이 소수의 기술선진국에서 발의돼 그들 주도로 제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술이 금세기 교역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기술장벽과 교역장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협력이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핵심 중전기기 제품이 아닌 이상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남아국가 기술수준이 우리보다는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그들은 우리의 기술을 필요로하고 있다.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는 우리가 찾아야 한다. 다소 기술이 앞선다고, 조금 잘산다고 우쭐대서는 결코 안된다.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도 안된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면 된다. 진실한 마음과 상호 신뢰하는 겸양의 마음으로 유대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국제협력의 시작은 먼저 그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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