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올해 벤처투자재원 조성 목표 1조원 달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말까지 이제 겨우 45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예상만큼 추가적인 조합 결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10월 현재까지 벤처투자조합 결성액은 총 6519억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의 6848억원에 약간 모자란다. 물론 지난해처럼 11월과 12월에 조합 결성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면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중기청이 이렇듯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사뭇 분위기가 달라 남은 기간에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 결성에 사용될 수 있는 정부기금은 중기청 500억원을 비롯해 정보통신부 450억원, 문화관광부 100억원 등 대략 1200억원 정도다. 중기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를 매칭펀드로 결성할 경우 1조원 달성을 위한 3500억원 규모의 조합 결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통부가 벤처투자에 사용하겠다고 한 450억원이 연말이 다 되도록 조합 결성으로 이뤄지지 않는 등 중기청의 예상이 최근 빗나가기 시작했다.
정통부는 통신사업자 4사가 이달 말까지 3000억원 규모의 IT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함에 따라 450억원의 기금을 IT투자펀드에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지만 아직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통신사업자들의 IT투자펀드 조성계획은 중기청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당초 조합 결성을 희망한 창투사들이 중기청을 외면하고 IT투자펀드로 대거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IT투자펀드 조성계획이 발표되기 전인 10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중기청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1조원의 벤처투자재원을 조성하겠다는 공언을 한 중기청으로서는 난감한 입장에 놓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조합 결성 후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 현실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1조원 조성’이라는 액수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으로서는 쉽게 투자받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정부가 그동안 조성한 투자재원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다.
<디지털경제부·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