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점드러내는 출연연의 프로젝트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프로젝트 추진이 운영미숙으로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해외정보 수집과 체계적인 외환관리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작업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많아 과잉중복투자가 걱정된다는 연구계의 최근 지적은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예컨대 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의 과학위성 1호 발사사업을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다목적실용위성 2호(가칭 아리랑 2호) 발사사업, A연구원의 기술도입 등은 그같은 부작용이 걱정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올해 과학위성 1호를 올해 쏘아올릴 예정이었으나 미국측의 문제제기로 일정을 1년 이상 연기했다. 이 센터는 당초 과학위성에 인도의 PSLV발사체를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측이 자국의 수출규제규정인 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를 들어 위성에 장착할 미세광원증폭센서 ‘MCP(Micro Channel Plate)’를 인도에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계획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경우는 2004년 4월 발사 예정인 아리랑 2호를 쏘아올릴 발사체로 중국의 ‘장정’을 선정하고 계약까지 맺었으나 위성탑재체에 핵심적인 기술을 제공한 미국측이 ITAR 규정을 들어 반대함에 따라 발사체 제공업체를 다시 선정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추진되어야 할 위성발사 프로젝트가 이같은 잘못에 의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기술도입을 위해 1000만달러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를 이스라엘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를 놓쳐 10억원 가량의 환차손을 입게 됐다.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정부출연연구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추진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추진중에 있는 국책사업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해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사업은 성공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단계에서부터 계획을 구체화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학기술원·항공우주연구원 등 일부 출연연들의 의욕적인 사업추진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사전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된다면 재원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사업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에 대비한 위성발사계획을 하루빨리 재정비하고 미국과 ITAR 규정에 대한 협상을 벌여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ITAR 규정을 내세워 특정 국가의 발사체 선정을 막고 있는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여 나가야 한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해둔다.

 정부출연연 프로젝트의 졸속추진은 국내외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고 분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상발사처럼 해외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한 연구원의 경우처럼 외환관리를 잘못한 것도 환관리 정보부재에서 연유됐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출연연구소내 정보수집 및 관리전문조직을 구성해 정보관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출연연 프로젝트의 졸속추진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