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유효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비대칭규제 정책이 최근 흐지부지되고 있다.
12일 관계기관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후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선발사업자와의 유효경쟁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요금규제·접속규제·역무구분·기업결합·보편적서비스·설비개방·재판매시장·인터넷망개방·번호이동성 등 비대칭규제 제도를 마련, 추진해왔으나 최근 뚜렷한 이유나 명확한 기준없이 관련정책에 대한 논의가 중단되거나 아예 실시가 보류되고 있다.
우선 유선부문에서는 LM접속시장 개방에 대한 논의가 사그라졌다. 당초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이와 관련, 논의를 매듭짓고 내년부터는 정책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통부내 주무과장이 바뀌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모두 ‘스톱’됐다.
현재 시행중이기는 하지만 유선전화의 번호이동성 제도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후발사업자의 영업지역을 벗어나 일부 농어촌부터 실시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통부의 정책대로라면 서울과 수도권지역은 오는 2005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가입자선로공동활용(LLU) 제도 역시 사업자간 협조 미비로 당초 의지가 퇘색됐다는 지적이 높다.
이동전화사업자간 비대칭 규제 정책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지난 상반기부터 멤버십 프로그램 규제, 번호이동성 도입 등을 통한 비대칭규제 제도 등이 말만 무성한 채 결정된 것은 거의 없을 정도다. 정통부는 멤버십 프로그램 규제, 번호이동성제 도입 등에 대해 지난달 말까지 윤곽을 밝힐 것이라고 했으나 11월 중순이 되도록 별다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 규제의 경우 내년부터 본격화하려면 세 달 정도 유예기간을 둬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반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번호이동성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번호이동성을 어떻게 비대칭 규제에 활용할 것인지가 소비자의 선택권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의 내년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통부는 이 두 가지 정책이 상호접속료 재조정 등 지난 상반기부터 실시된 각종 비대칭 규제정책과 ‘번들링’으로 시행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책들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또 1000만가입자를 돌파한 KTF를 아직도 후발사업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를 지배적 사업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통부 인사이동 이후 정부의 비대칭규제 정책이 실종되지 않았나 할 정도로 논의 자체가 뜸해졌다”며 “통신업계 후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선발사업자와의 유효경쟁환경을 조성한다는 당초의 통신정책이 일부 담당자의 이동으로 멈춰서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나아가 후발사업자도 어느 정도 기준을 충족하면 후발사업자에서 졸업시켜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가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