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하이테크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팔레스타인 사태가 이스라엘의 첨단산업 부문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IT 경기 악화로 그렇지 않아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해외투자자들이 불안한 내정으로 인해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더욱 줄이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기업들은 올 한해 1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 벤처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최고에 달했던 2000년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제가 안 좋은데다 지난 몇년간 이스라엘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가 과열된 것도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일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2년 내에 투자가 고갈되고 대다수의 신생기업과 벤처펀드들이 퇴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선 기술력을 갖춘 신생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벤처펀드의 효과적인 결합은 최근 이스라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1990년대 초반 러시아계 유대인 기술인력들의 이스라엘 귀환, 이들을 흡수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벤처펀드의 활동으로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산업은 빠르게 발전했다. 활발한 해외 투자 유치로 100개가 넘는 이스라엘 기업들이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하강하면서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었고 이스라엘 기업들도 이런 흐름의 직격탄을 맞아 2년째 고전하고 있다.
더구나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해외투자자의 발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기업 실사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해야 할 해외 투자단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의 방문은 거의 없고 아시아 투자자들만 일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과거엔 신생기업이 기업공개를 하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되기까지 2년 정도 지원하면 됐지만 요즘은 4∼6년은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벤처펀드들은 기업들의 수익 모델을 더욱 엄격히 따지는 한편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펀드를 요청하는 기업의 수가 줄고 펀드가 지원 기업들의 관리에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 점은 펀드들에 유리한 요소다. 일부 펀드들은 위기 이후를 내다보며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 위기를 넘기면 4∼5년 후엔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