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기업의 CEO들이 MBA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번지기 시작한 MBA 열풍은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상시 구조조정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직장인의 최대 화두는 MBA가 아닌가 싶다. 직장인은 물론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미국 주요대학의 MBA의 꿈을 좇아서 한국을 떠나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세계 수준의 경영대학원도, MBA도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계 수준의 경영기술(Management Technology)을 갖추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반드시 일류 MBA 출신들이 곧 최고경영자가 되는 지름길은 아닐지라도 세계 최고의 MBA과정에 여전히 인재가 몰려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기업의 MBA 소지자 채용은 바로 이 일류인재 고용을 의미한다. 독일도 뒤늦게 MBA교육에 관심을 가져 2004년 유럽경영기술대학원(ESMT)을 개원할 예정이라 한다. 일본 역시 50개 주요기업과 30개 주요대학이 모두 테크노 MBA과정이랄 수 있는 기술경영과정을 신설해서 세계 MBA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세계 일류 MBA의 공통점을 꼽아보면, 1년에 사오천만원에 달하는 고액 수업료, 세계 각국의 권위자들로 구성된 글로벌 시스템의 교수진, 연봉 수억 짜리 교수가 많다는 점, 기업의 높은 관심과 지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인재들의 높은 입학 경쟁률, 해당 분야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맞춤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이다.
현재 한국의 MBA 과정은 이들 세계 유수의 MBA가 지닌 특성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드물다. 글로벌 경쟁시대 경영의 각 분야 최고 인재를 키우려면 세계 최고의 MBA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재원 마련일 것이다. 현재의 빈약한 대학재정으로는 우리가 꿈꾸는 MBA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교육부는 대학원 설립과 학생 모집 및 수업료 책정에 관한 모든 권한을 대학 측에 일임해야 한다. 어떠한 규제나 통제도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최고의 경영기술이 최고의 MBA 과정에서 시작되는 동시에 경영 그 자체가 경쟁의 대상이 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사장 jwlee@im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