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코스닥(코스닥등록 전) 유동화펀드가 설립된다. 벤처캐피털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안정적인 벤처투자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벤처캐피털의 유동성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영할 만한 조치다. 사실 기업공개(IPO)만으로는 극도로 위축된 투자분위기 개선 및 벤처캐피털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기청이 500억원 규모의 프리코스닥 유동화펀드를 설립, 벤처투자 전문 회수시장(secondary market) 조성에 나서는 것은 가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본다.
주 대상은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회사 등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우량 벤처기업이라고 한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 중 경영실적이나 성장전망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기업공개 지연 등으로 인해 조합해산이 불가피할 경우 창투사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벤처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벤처캐피털의 신규투자 및 조합결성이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창업투자회사들의 벤처기업 투자가 지난해 상반기 1조1600억원에서 올해에는 30% 수준인 3600억원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악화되고 있는 자금 유동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유주식을 장외시장에 매각하거나 사채 발행에 나서는 벤처캐피털이 적지 않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지난 98년 이후 본격적으로 설립된 창투조합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내년 이후 벤처캐피털의 자금 유동성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니 걱정이다.
우리가 프리코스닥 유동화펀드 설립을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벤처투자 전문 회수시장이 기업공개요건 강화 및 록업(lock up:주식매매 일정기간 제한) 제도로 인해 고사 위기에 놓인 벤처캐피털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시키는 등 투자 활성화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활성화된 세컨더리 마켓펀드가 침체기에 놓인 벤처펀드의 유동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벤처투자 전문 회수시장 정착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벤처캐피털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벤처기업의 자금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걸림돌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펀드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프리코스닥 유동화펀드가 벤처 투자기반의 선순환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벤처투자 규모에 부응할 수 있는 자금규모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3∼4년간 3조원 정도를 투입한 우리가 확보해야 할 유동화 자금은 대략 3000억원이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또 벤처금융시장을 왜곡시키는 록업 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풍부해야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조달이 원활해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여타 기관투자가에 비해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투자자금 회수에 불리한 입장이다 보니 벤처투자조합의 투자 수익성이 낮아지고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조합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벤처붐을 다시 일으키고 벤처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벤처기업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