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이제 한달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경영할 국가CEO가 새롭게 선출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력 후보간 정치적 세싸움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이를 구경하는 국민들의 관전포인트는 한 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물나는 정치·사회적 측면의 구호성 정견보다 편안히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정보시대를 경험하면서 정작 국가경영에 합당한 이들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 경쟁력 제고의 엔진역할을 할 IT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마인드와 관련해서는 업계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궁금증이 확산되는 추세다. 투명성과 효율성으로 대변되는 IT의 속성이 현재 우리나라가 안고있는 총체적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과 직결된다는 생각에서다.
본지가 지난 12, 13일 이틀에 거쳐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IT정책 포럼’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를 둘 만한 행사였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대통령의 IT마인드를 검증할 귀중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행히(?)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는 이제 IT는 일개 산업이 아닌 전산업의 엔진역할을 하며 국가경쟁쟁력을 제고할 추동력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더 나아가 ‘IT코리아’(이회창), ‘정보통신 일등국가’(노무현)를 기치로 내걸며 IT분야에서 앞으로 이 나라를 끌고갈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주창했다.
경제회생을 위한 국내외시장 창출이 가능하고 사회의 투명시스템을 담보하는 인프라로 IT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엔 모두 동의한듯 보인다. 국민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을 리모델링하고 리노베이션하기 위해선 IT의 적극적인 활용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엔 두 후보간에도 최소한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방법이다. 총론보다는 각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현정권이 너무나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 김대중 대통령은 누구보다 IT산업 발전에 힘썼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볼 때도 김 대통령은 이들 두 후보보다 IT마인드면에서 분명 한수 위다. 명성에 걸맞게 정권출범 초부터 지식정보강국의 기치를 내걸고 많은 일들을 밀어붙였고 성과도 적지 않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광대역 통신 인프라를 구축했고 대통령 스스로 CDMA 기술과 제품수출을 위한 비즈니스맨 역할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IT를 앞세워 국가경영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벤처문제에서 보듯이 중복 과잉 시비로 애를 먹었고 행정부처간 IT밥그릇 싸움을 제어하지 못했다. 또 하드웨어 인프라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지식정보강국의 지름길인 콘텐츠 육성은 소홀히했다는 비판도 받고있다.
따라서 현 정권의 IT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보화에 대한 강한 의지로 양적 팽창을 가져온 것까지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이를 실생활로 심화발전시킬 수 있는 질적 변환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는 일관되게 IT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국가CIO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로 많은 이들은 풀이한다. 정치적 세싸움에서 비껴있는 주체세력이 없는한 모두가 바라는 질적 도약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구체적인 전략도출과 일관된 정책이 없는 한 투명성과 효율성이 담보된 IT유용론이 자리잡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IT분야는 정치적 구호처럼 새롭고도 거룩한 총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 정권이 도달한 양적성공을 질적으로 변환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구체적인 실천전략만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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