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오브젝트`를 주목하라

 “이제는 스마트 오브젝트(Smart Objects) 시대다.” 

 매년 가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컴덱스’에서 세계 IT시장을 이끌어간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최고소프트웨어아키텍트(CSA)가 17일 저녁 7시(이하 현지 시각)에 열리는 ‘2002 가을 추계컴덱스’(http://www.comdex.com/fall) 개막 기조연설에서 ‘스마트 오브젝트’를 새로운 IT물결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C넷(http://www.cnet.com)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빌 게이츠 회장이 오는 추계 컴덱스에서는 ‘스마트 오브젝트’를 주요 이슈로 거론할 것”이라면서 “이는 알람 시계, 부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 스테레오 장비 같은 소형 전자기기들이 컴퓨터와 인터넷 기능을 구현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제품이 내년초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또 현재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프로세서와 각종 유·무선 네트워킹 기술들이 스마트 오브젝트에 내장(빌트인)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스마트 오브젝트’에 관한 코멘트를 요청한 C넷에 대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스마트 오브젝트’에 대해 컨설팅 기업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사장 팀 바자린은 “개인의 필요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인 ‘에이전트’(Agent) 개념을 부활케 할 것”이라면서 “스마트 오브젝트 시계의 경우 시간을 말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날씨 상태와 직장에 가는 가장 빠른 길도 알려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마트 오브젝트’에 대해 “크기가 작으면서 인터넷이 가능한 전자기기들”이라면서 “이는 수년전 한때 IT업체들 사이에 큰 관심이 됐다 호응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인터넷 접속 단말기인 ‘인터넷 어플라이언스’의 복고 성격이 짙다”고 언급했다.

 실제 수년전 화제를 모았던 ‘인터넷 어플라이언스’는 아직 PC 및 여러 전자업체들에 도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지난 99년 컴덱스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MSN 웹 컴패니언’(MSN Web Companion)이라는 인터넷 서핑이 가능한 인터넷 어플라이언스를 공개했고, 이어 컴팩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PC메이커들이 이 기기를 마케팅했지만 결국 몇개월 후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또 게이트웨이·인텔 등도 비슷한 인터넷 어플라이언스를 들고 나왔지만 사업을 철수하고 말았다.

 하지만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옹호론자들은 이번에는 시장 환경이 달라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등의 핸드헬드컴퓨터와 인텔리전트 휴대폰 그리고 디지털음악 분야의 혁명적 발전 같은 것들이 인터넷 어플라이언스의 시장 개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와이파이(Wi-Fi) 무선네트워크의 급작스런 성장 역시 언제 어디서나 여러 단말기(디바이스)를 가지고 인터넷에 접속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증대해 또 다른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TV 및 스테레오 제조업체들이 USB 포트와 PC카드를 그들의 제품에 내장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도 좋은 징후로 받아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 더인비저니어링그룹(The Envisioneering Group)의 주변기기 애널리스트 리처드 도허티는 “이것은 마치 TV의 첫 제품이 비디오 및 오디오 잭을 가진 격”이라면서 홈네트워킹이 이번 컴덱스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비록 ‘스마트 오브젝트’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요 세력이지만 이 제품의 제조와 제품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작업 등은 하드웨어 메이커들에 맡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IDC의 PC 분야 유명한 애널리스트인 로저 케이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어플라이언스에 대한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 추계 컴덱스는 세계경기 침체 여파로 예년보다 적은 업체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빌 게이츠 외에도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겸 최고경영자(18일 오전 9시),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18일 오전 12시), 헥터 루이즈 AMD 사장 겸 최고경영자(19일 오전 9시) 등이 기조연설을 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