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대(G) 이동통신 기술은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져 최근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 이동통신의 대명사인 GSM을 발전시킨 ‘WCDMA’를 채택한 업체들이 수적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퀄컴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CDMA 계승한 ‘cdma2000 1x(EVDO)’를 채택한 업체들도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2개 이통 기술이 첫 접전을 벌이고 있어 전세계 이통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시장이다. 일본 최대 이통 업체 NTT도코모가 i모드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WCDMA 방식의 3G 서비스 포마(FOMA:Freedom of Multimedia Access)를 선보인 후 전인미답의 3G 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 후 만 1년이 지난 9월말 현재 FOMA 서비스 가입자 수는 13만5000여명에 그쳐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2위 이통 업체 KDDI. 퀄컴 진영을 대표해 지난 4월 등판한 KDDI는 위험부담이 큰 3G로 직행하는 대신 기존의 CDMA 기술을 개선한 cdma2000 1x 서비스(au)를 선보이는 전략을 택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6개월이 지난 9월말 현재 au 서비스 가입자가 260여만명을 기록할 정도다.
KDDI는 이에 고무되어 오는 2003년 10월부터 도쿄 등 대도시 지역에서 멀티미디어 화면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본격적인 3G 서비스(cdma2000 1x EVDO)를 제공하면서 WCDMA와 정면승부를 벌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이통시장의 이러한 상황변화를 두고 후발주자인 퀄컴의 ‘cdma2000’ 진영이 ‘WCDMA’와의 첫 대결에서 ‘의미 있는’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평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컨설팅회사 가트너 그룹은 최근 펴낸 보고서(Japan’s Tough Race for Supremacy in the 3G Market)를 통해 일본에서 FOMA 서비스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FOMA 서비스의 아킬레스건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아직 전 국민의 약 40%가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 또 FOMA 서비스는 휴대폰 배터리를 사용하는 시간(125시간)이 짧고, 단말기 가격은 비싼 것도 가입자를 확대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가트너그룹 애널리스트 미쓰야마 나호코는 진단했다.
이에 비하면 KDDI의 cdma2000 1x 서비스(au)는 모든 면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우선 네트워크 구축 면에서 cdma2000 1x는 서비스 제공범위가 FOMA에 비해 앞설 뿐만 아니라 (cdma2000 1x)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는 경우에도 기존의 2G(cdmaOne) 통신망과 자동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KDDI의 cdma2000 1x 서비스는 휴대폰 배터리 사용시간 및 단말기 가격이 기존의 2G 단말기 최신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음성 및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수단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미쓰야마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들 두 회사의 3G 이통 사례를 통해 “전세계 이통 사업자들이 기존의 2G 기술 및 통신망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3G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Revolution(혁신)’ 대신 ‘Evolution(진화)’ 전략을 택하라는 충고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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