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산업내 D램 분야가 정리 및 통합과정을 거쳐 ‘엘피다메모리’ 하나로 집중된 가운데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각각 특정 메모리 분야에서 해외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D램’이라는 짐을 ‘엘피다메모리’로 넘겨주거나 아예 철수한 도시바, NEC, 후지쯔, 히타치 등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남은 여력을 M램, 스마트카드용 IC카드 등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 집중시키는 등 특화를 통해 성장성있는 시장을 공략한다는 새로운 메모리사업 전략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된다.
니혼코교신문에 따르면 도시바, NEC, 후지쯔, 히타치 등 D램 분야에서 발을 뺀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다른 메모리 분야에서 해외업체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차세대 고속 메모리 분야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의 메모리 등 특정 메모리 분야에서의 향후 주도권 장악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범용 D램에서 철수를 마친 도시바는 NEC와 공동으로 ‘M램’으로 불리는 자기에 의해 기억하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디지털가전용 차세대 D램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램버스로부터 칩 사이에 데이터 전송을 초고속으로 수행 가능하도록 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을 라이선스 제공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나카가와 도시바 상무는 “도시바가 향후 제공할 최첨단 D램 제품을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고 강조했다.
도시바는 일반 D램과 비교해 2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특수 D램인 ‘DDR SD램’이 이미 일반화됐다고 보고 시장을 앞서 나가기 위해선 이보다 전송속도를 높인 차세대 디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램버스의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의 전송속도가 DDR SD램보다 4배 빠른 차세대 D램을 개발할 수 있다고 도시바는 밝히고 있다.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IC카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신용카드, 전자승차권 등 카드시장은 자기카드에서 IC카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6억장이었던 세계 IC카드 시장은 2004년에는 12억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단일기능 카드에서 다기능 카드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어 새로운 메모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후지쯔는 강유전체 메모리인 F램을 탑재한 비접촉식 스마트카드용 IC를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공동 개발했다. 올 연말에 샘플을 선보일 예정인 이 제품은 후지쯔가 제조하고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판매를 담당하게 된다. F램을 메모리로 하기 때문에 종래의 EEP롬(전기적 제거 및 프로그램 가능형 읽기전용 메모리) 등과 비교해 고속 기록이 가능하고 소비전력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히타치제작소는 금융카드부문 세계적 대형 업체인 미국 마스터카드 인터내셔널과 협력해 IC카드용 마이크로컨트롤러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이토 히타치 상무는 “우리는 IC카드용 마이크로컨트롤러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향후 이 시장에서 히타치가 앞서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히타치는 마스터카드가 개발한 IC카드의 프로그램을 IC카드용 마이크로컨트롤러 제조공정에서 읽기전용 메모리인 마스크롬에 기록한 후 출하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M칩’이라고 불리는 마스타카드의 프로그램을 히타치의 기존 IC카드용 16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인 마스크롬에 기록 저장해 12월부터 카드제조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출하된 IC카드용 마이크로컨트롤러인 EEP롬에 카드제조업체가 프로그램을 기록하는 방식이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카드의 기능 향상에 따라 기록 변경이 가능한 EEP롬의 메모리 용량을 카드의 다기능화에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히타치는 카드 프로그램을 저장한 IC카드를 출하해 이같은 수요에 대응한 셈이다. 또한 제작공정 중에 카드 프로그램을 기록하기 때문에 카드 제작에서 발행까지의 기간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고 히타치는 밝히고 있다. 한편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제작소가 진행하고 있는 시스템LSI 사업 통합에 당초 통합대상이 아니었던 플래시메모리를 최종적으로 포함시킨 것도 주목된다. 이는 시스템LSI 사업에서도 메모리가 불가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내 유일한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가 탄생함에 따라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D램을 떼어낸 메모리 사업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아직 전체적인 구도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년초 미쓰비시전기의 D램사업이 엘피다에 이양되는 시점에 일본 반도체산업 전체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