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아이버슨 리는 몇년 전 디즈닐랜드에서 시현된 비디오폰을 본 기억이 있으나 이 비디오폰이 ‘환상의 세계’에서만 머물고 일반화되지 않은 점에 실망한 적이 있다. 그녀는 올해 마침내 비디오폰 하나를 장만했다. 그녀는 비디오폰 ‘비머폰 비디오스테이션’으로 매일 대륙 끝 뉴욕에 떨어져 있는 손녀 딸 사라를 보고 목소리를 듣는다.
비머폰은 캘리포니아 프리몬에 있는 비알타가 개발한 것으로 지난 8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비머는 가정용 일반 전화기를 비디오폰으로 전환시키는 부가장치다. 이 부가장치가 달린 전화 이용자는 상대방도 같은 장치가 추가 설치된 전화기를 갖고 있으면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애선턴 사는 리는 “비머폰이 내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말할 수 있어 더욱 가까이 있는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특히 생후 7개월된 사라가 비머 비디오폰 화질이 TV보다 훨씬 나쁜 데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에 감탄했다.
비머폰은 중간에 3.5인치 크기의 컬러 LCD 스크린이 부착돼있고 꼭대기에 작은 비디오 카메라가 내장된 점을 제외하면 재미있는 유리그림 상자와 비슷하다. 가격은 1대에 300달러, 두대는 500달러로 상대방 쪽을 합쳐 보통 두개가 필요하다. 이 제품은 몇몇 전자제품 소매업체에서 판매된다.
비머는 가급적 기술적으로 이용하기 간편하게 설계돼 웹 카메라처럼 컴퓨터나 광대역 인터넷 접속장치가 따로 필요없다. 일반 아날로그 전화선에 꽂으면 그만이다. 즉 전화기에서 전화선을 뽑은 뒤 전화선을 비머에 꼽고 비머와 함께 판매되는 3피트 코드를 이용해 비머를 전화기에 다시 연결하면 된다. 그 다음 비머와 함께 사용되는 AC어댑터를 벽에 설치된 플러그에 꽂으면 비디오 통화 채비가 끝난다.
화면은 약간 흐릿하며 파도치듯 흔들리기도 하고 라인상태가 나빠지면 몇 차례 화면이 사라져 버리기도 하지만 빛이 충분하고 전화 연결이 양호하면 화면은 전반적으로 선명한 편이다.
비알타측도 화면이 항상 최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추려하지 않았지만 경쟁사들이 수십년 동안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사 제품처럼 값이 저렴하고 사용이 간편한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비머는 내장된 33.6Kbps 모뎀을 이용해 비디오를 압축해 초당 겨우 4∼15프레임을 움직인다. 비디오 화질을 높이는 조절장치가 있으나 이를 이용하면 초마다 바뀌는 스틸 사진 슬라이드를 보는 것 같다. 비디오폰 통화시에는 이용자가 카메라 정면에 있어야 하고 얼굴 부문 조명이 충분해야 한다.
비알타 이외에도 아이프텍이 대당 550달러인 ‘하이퍼V폰 2000C’라는 비머와 비슷한 제품을 생산한다. 비머는 비디오 영상회의 표준기술인 H.324를 이용하는 하이퍼V폰 등과 호환된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