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컨설팅 및 시스템 통합(SI) 사업자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벤더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적극 확대해 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이란 애플리케이션의 구축, 관리, 확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 시장이 이들 업체의 주사업 영역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시장공략에 앞서 일부 내재적인 우려 요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IDC는 지난 8월 유럽·북미 지역 65개 대기업의 IT 및 비즈니스 담당 중역들을 상대로 아웃소싱 관련 포커스그룹을 인터뷰했는데 이 결과가 관련 업체들에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본고에서는 주요 IT 업체들의 직면한 시장 이슈를 돌아보고 인터뷰 결과를 살펴봄으로써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서비스 시장 공략에서 마주치는 장단점들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기존 비즈니스 영역에서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IT 업체들=지난해 극심한 세계 경기침체는 주요 IT 업체들의 눈을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으로 돌리게 했다. 컨설팅 및 SI 사업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 모두 건실한 연평균성장률(CAGR),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매출 흐름, 경제적으로 강한 탄력성 등과 같은 아웃소싱 영역의 다양한 비즈니스적 강점에 매료된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아웃소싱 사업의 특성들은 이전부터 인식돼 왔지만 주요 IT 업체들이 새삼스럽게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영역으로 앞다퉈 진출한 이유는 결국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이면 개인소비 및 사업투자가 증가하고 따라서 기업도 신규 사업진출 및 사업영역 확장을 활발히 추진한다. 반면 경기침체시에는 비용절감, 기존 투자의 활용, 효율성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일반화가 다소 위험할 수는 있으나 아웃소싱 사업은 최소한 다른 서비스 영역에 비해 상대적인 성장세를 경험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주요 IT 업체들은 기존 아웃소싱 업체들의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선망하면서 자신들의 손익최저점(bottom-line)이 급락하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고객사들은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의 IT 투자가 대대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IT에 오히려 압박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고객들은 벤더들의 끝없는 신기술 소개 및 상승판매(up-selling) 시도에 지쳐가고 ‘최신의 또는 최고의’ 기술에 대해 점점 회의적으로 변해가면서 대규모 비용발생을 혐오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고객들은 이제 단지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만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기술 구현과 일류 애플리케이션 구축이 반드시 자사의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아웃소싱 서비스 업체에 이 모든 이슈들을 위임함으로써 이들 전문업체가 고객사로부터 기존의 투자된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을 넘겨받아 기술·인력·프로세스 등의 최적화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기술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고 그 결과 기업은 전례없는 IT 투자를 보여왔다. 기업의 e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활발한 투자는 컨설팅 및 SI 업체들에 최고의 시장성장을 구가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2001년 이들 IT 서비스 영역에 대한 기업투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현저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닷컴기업 전성기의 IT 투자수준으로의 회복은 조만간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SI시장 성장의 동인으로 작용할 특별한 신기술 아이템도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술은 대규모 SI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를 점차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몇몇 애플리케이션은 공개 표준 아키텍처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웹서비스 기술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경우에는 SI시장은 상당한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상황이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적어도 SI업체들은 이제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상을 엿볼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인력과 역량을 기반으로 그 대안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은 견실한 수익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SI업체들이 보유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구축에 대한 전문성과 고객 기반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하드웨어 벤더들도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쉽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이들 벤더는 지속적인 제품가격 하락 속에서 수익 및 마진을 거의 압착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닷컴 붕괴 이후 하드웨어 벤더들은 재기를 위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욱 고성능의 프로세서를 제공하게 됐고 결국 고객은 더 적은 시스템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아웃소싱 시장 성장은 대형고객을 중심으로 시스템 벤더들의 고객 기반을 위협하면서 오히려 소수의 아웃소싱 전문업체들이 하드웨어 벤더들의 주요 고객이 됐다. 결국 아웃소싱 업체들은 보다 적은 규모의 시스템을 통해 한층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얼마든지 경쟁사의 제품으로 하드웨어 및 시스템을 전환할 수도 있게 됐다. 그 결과, 하드웨어 벤더들은 이제 아웃소싱 영역으로의 확장을 검토하게 됐고 실제 데스크톱 및 클라이언트/서버 등 관리 아웃소싱과 같은 저수익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고객사들에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자사에도 보다 견실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아웃소싱 시장 수요=2002년 8월 IDC는 다국적 대기업 65개사의 중역을 상대로 이들 기업의 현재 및 향후의 아웃소싱 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선, 참여기업의 약 80%가 향후 1∼3년내 현재 아웃소싱에 대한 투자규모 증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아웃소싱 항목에 대한 우선순위는 절반 이상이 IT 인프라에 대한 아웃소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특히 애플리케이션 관리 부문에서는 향후 3년 이내에 증가세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고객사들은 단지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뿐 아니라 다른 항목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IBM·EDS·CSC 등과 같은 기존의 아웃소싱 전문업체들은 IT 아웃소싱에서부터 네트워크 및 데스크톱 아웃소싱, 웹호스팅,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관리 등에 걸쳐 포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 공략에 있어서의 IT 벤더들이 갖는 강점과 예상되는 장벽=주요 IT 업체들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에 있어서 갖는 다양한 장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당장 아웃소싱 전문업체로 인식되기는 어렵겠지만 주요 IT 벤더들은 대개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아웃소싱 영역에서도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또 고객들은 점차 자사의 잠재적인 아웃소싱 서비스 업체들의 안정적인 재무구조에 대해 확신을 얻기를 원한다. 최근 이들 벤더가 다소간의 매출 성장의 둔화세를 경험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확고한 재무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다 주요 IT 벤더들은 대개 다국적 기업들로, 세계적인 고객 기반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선두 SI업체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상당한 기술적 전문성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대기업 고객들에서는 토털 아웃소싱 서비스 수요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반면 중견 기업들을 중심으로 특정 영역에 국한된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들에는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전문업체들에 비해 신규 시장 진입자들이 상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는 신규 시장 진입자들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요 IT 벤더들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직면하게 될 다음과 같은 장벽들이 현재로서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고 IDC는 보고 있다. 이 시장 공략을 고려하고 있는 주요 IT 벤더들이 이러한 장벽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점이 시장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종(heterogeneous) IT 환경의 확산:이 점이 IT 벤더에게 있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공략을 위한 최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자사의 비즈니스적 요건 때문이든 특정 벤더에 국한된 기술 도입을 꺼리기 때문이든간에 이종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을 취급해온 SI업체들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전문 벤더 업체들에는 상당한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아웃소싱 업체들:세계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에 있어서 선두 10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전문업체는 수십년간 아웃소싱 사업을 진행해왔고 거의 대부분의 글로벌 대기업을 공략해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업체들은 이미 명성과 시장내 선두업체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신규 진입자들이 상대하기엔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고 또 가격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 투자의 필요성: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에서 경쟁은 거대한 규모의 자본 투자를 요구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컴퓨팅 환경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IT 인프라가 필요하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글로벌 기반의 복합적인 데이터센터를 확보해야 하고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크운영센터와 애플리케이션 지원, 기술 개발, 테스팅 등을 위한 개발센터도 요구된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가 요구된다.
-상이한 비즈니스 문화:제품 비즈니스는 서비스 비즈니스와는 전혀 다른 분야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의 문화 및 역량과 업무 자체의 성향도 상이하다. 기존에 주요 IT 제품 벤더들이 지원, 컨설팅, 교육 등과 같이 서비스 항목을 제공하긴 했지만 전적으로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서비스영역 활용의 차원이었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벤더 업체로서 성향이 아웃소싱 서비스 문화로 변화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컨설팅 및 교육과 같은 여타의 서비스 영역에서 아웃소싱 영역으로의 전환도 용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선전이 예상되는 컨설팅 및 SI업체들=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고 있는 대형 컨설팅 및 SI업체, 하드웨어 벤더, 소프트웨어 벤더 등 3부류의 주요 IT 업체들 중 SI업체들이 상대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IDC는 평가한다. 이들은 다양한 기술적 요소 및 IT 환경에 대해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애플리케이션 벤더들과도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에 있어서 핵심요소인 IT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문화적인 요소가 이들에겐 가장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이란 상대적인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주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외국계 대형 컨설팅 및 SI업체들이 아웃소싱이란 영역에 적응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은선/한국IDC 서비스리서치그룹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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