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동통신-앞서가는 아·태 사업자](3)허치슨왐포아의 도박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허치슨 3G 이통 서비스 추진현황

 최근 전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이 대부분 제3세대(G) 투자를 연기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되는 전략을 택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회사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홍콩의 부동산 재벌 허치슨왐포아다.

 지난 90년대 들어 영국 오렌지, 독일 보이스스트림 등 전세계 이통 서비스 사업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던 경험이 있는 허치슨은 통신사업을 담당하는 지주회사 허치슨텔레콤을 내세워 다시 한번 3G 투자에 나서고 있다.

 3G 이통을 위한 허치슨그룹의 청사진은 경쟁업체들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허치슨은 우선 올해 안에 유럽 최초로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기술을 사용하는 3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마지막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치슨은 또 오는 2003년 홍콩과 호주, 스웨덴, 오스트리아 4개국에서, 2004년에는 덴마크, 이스라엘, 아일랜드 등 나머지 3개국에서 3G 이통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표참조

 허치슨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3대 대륙에 있는 9개 국가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입자들과 영상전화(회의)를 할 수 있는 세계 최대 3G 이통망을 건설하는 것. 허치슨이 이들 사업을 위해 쏟아부을 투자규모만도 167억달러(약 20조4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전세계 통신시장에서 신규 투자가 계속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3G 투자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에 놓여 있는 3G 서비스 시장은 물론 통신장비와 단말기(휴대폰), 심지어 이통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미디어업계의 판도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허치슨이 최근 일본 NEC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카메라휴대폰 200만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휴대폰은 공급가격이 대당 평균 750달러(약 90만원)에 달하는 고가제품으로 올해 일본에서 판매된 카메라휴대폰 시장의 약 3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허치슨은 또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3G 휴대폰을 통해 전세계 이통 가입자들에게 제공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영국 프로축구리그 독점 중계권을 사들일 때에도 자그마치 5400만달러(약 648억원)의 거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치슨이 최근 최악의 통신 투자 환경에도 불구하고 3G 투자를 고집하는 논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허치슨은 처음부터 3G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에 기존 2G 가입자들의 이탈 등의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데다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우수한 대도시 지역부터 3G 서비스를 제공하면 단숨에 세계 최강의 이통 사업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3G 이통망을 운영하기 때문에 시설투자 및 마케팅 등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고,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IT컨설팅 회사 가트너그룹은 세계 최초로 WCDM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일본 NTT도코모가 휴대폰 결함과 콘텐츠 부족 등으로 가입자 확보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점을 들어 허치슨도 3G 사업에서 빠른 성공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가트너그룹은 또 “허치슨이 첫 3G 사업계획을 내놓은 것이 2년 전의 일”이라며 “이통 투자경험이 많은 허치슨이 앞으로 이통시장 상황을 반영해 3G 사업규모를 축소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