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무선LAN 운용 권고안

◆정한욱

 정보통신부가 무선LAN서비스를 허용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지난해 무선LAN이 통신사업에 적용되는 것과 관련, 가장 우려되었던 점은 전파간섭으로 인해 무선LAN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동대역의 전파 청정도를 열화시킬 것이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지난 1년간 국내 무선LAN사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동안 개인과 사업자간 무선국을 개설허가 없이 자율적으로 설치하여 이용해왔던 무선LAN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사용해 이용자와 사업자간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비허가 무선기술은 이용자에게 자율성이 허용되지만 일정한 규칙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가 모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의견이 달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이웃집간, 사무실간 동일한 무선LAN 채널로 인한 간섭영향으로 분쟁이 생겼을 경우와 기존에 무선LAN을 사용중인 건물 내에서 또 다른 무선LAN을 설치하려는 경우에 기존 이용자가 기득권을 주장, 새로운 사용자와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사업자가 동일한 지역 내에서 무선LAN 액세스포인트(AP)를 설치할 경우에도 의견조정이나 타협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선LAN을 운용함에 있어서 게임의 규칙이 기술적으로 존재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은 없었다.

 이에 따라 정통부 전파감리과는 2001∼2002년에 걸쳐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무선통신 활성화 전담반’ 및 ‘무선설비 기술기준 개선전담반’ 등을 운용하며 무선LAN 운용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 최근 무선LAN 운용권고안을 발표했다.

 개방형 주파수 정책의 시험무대인 2.4㎓ 산업·과학·의료용(ISM) 대역에서의 무선LAN 운용권고안은 국내 최초로 무선LAN을 활용하는 사업자, 운영자, 이용자들에게 자율적으로 동 주파수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경기규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권고안의 개요를 소개하면 서로 다른 이용자와 사업자간에 동일 장소에서 무선LAN의 상호간섭이 발생했을 경우의 중재절차로는 우선 AP 위치를 파악하고 상호 간섭없는 채널 사용, 상호 RF 출력의 조정, 설치된 AP의 위치변경, 사용 안테나의 변경 및 방향조정, 시설물 경계지점에서의 출력기준 설정 등을 통해 간섭을 해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전자렌지 사용시 무선LAN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주도록 했다. 이는 무선LAN의 품질은 사업자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전파환경에 따라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공지함으로써 전파간섭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고안을 이용한 KT의 분쟁조정 사례를 소개한다면 KT의 AP와 인근에 위치한 사설 무선LAN 운용·이용자 기기간 조정부분에서 사설이용자는 자신이 소유한 무선LAN 장치의 주파수도 자신의 소유물임으로 독점적인 권한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경우가 있었다. 이 경우 정부가 제시한 권고안은 상호간 분쟁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이밖에 동일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무선LAN사업자간에도 사용채널, AP 위치, 출력 등을 권고안에 따라 설치함으로써 사전에 분쟁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정부의 권고안은 정부의 역할이 허가, 규제 같은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누구나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고무할만 하다. 또한 앞으로도 정부, 산업계, 학계가 함께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hanuk@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