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국가나 지역별로 규정해 놓은 기술기준에 부합되는 제품만 유통·판매토록 하는 사실상의 비관세 무역기술 장벽인 인증제도의 벽을 넘지 못하면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촌 모든 기업이 해외인증 취득에 사력을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제품의 안정성과 기술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증마크의 획득이야말로 세계 일류상품으로의 도약과 기업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보증수표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해외인증이 기업의 사활을 가름할 날이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내 중소기업이 체계적인 해외인증정보 부족으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는 등 해외인증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니 걱정이다. 정보부족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과 시간이 고스란히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큰 문제는 해외인증의 편중 현상이다. 거의 모든 중소기업이 대행기관에 인증업무를 위탁하고, 국내 인증대행기관이 UL인증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취득한 인증의 90% 정도가 UL인증이라고 한다. 이는 일본(60%)이나 대만, 중국(7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잘 알다시피 대미 수출에 필요한 안전인증은 미국노동부가 지정한 19개 국가공인시험소(NRTL) 가운데 한 곳의 인증마크만 획득하면 미국 전역(모든 주) 수출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NRTL인증(CSA·ETL·TUV·USTC·MET 등)이 UL인증보다 인증취득 심사기간이 짧고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례로 TV 제품 하나를 인증받을 경우 UL인증은 1만5000달러에서 2만달러가 소요되지만 CSA·ETL·TUV·USTC 등 제3의 인증을 받을 경우 5000∼6000달러 선이면 가능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해외인증이 UL에 편중되는 것은 그만큼 해외정보에 어둡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해외 현지 인증정보의 체계적인 지원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주요수출국의 인증체계와 대처 방안 등을 철저히 분석, 일선 기업에 제공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체제 구축이야말로 우리의 당면목표인 수출경쟁력 강화는 물론 대외신인도 및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요즘의 추세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자국 소비자들의 안전을 중시하는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자파규격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인증이 필수적인 것처럼 수출전선에 나선 기업에게 해외인증획득은 필수라고 본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 인증시장의 인지도 및 판도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NRTL 인증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때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필수관문이었던 UL인증 획득기업의 비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인증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해외인증 취득의 다각화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세계인증정보를 관리 분석할 수 있는 정보지원체제를 구축,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인증을 보다 경제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