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사업자 사사건건 마찰

 최근 내려진 정보통신부의 정책결정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이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서는 등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통부는 최근 이동전화요금 인하방안,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합병인가 이행여부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정책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은 정통부의 결정이 당초 약속과 상식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계, 요금인하폭 크다=정통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의 53%가 사용하는 SK텔레콤의 요금을 7.3% 가량 인하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또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의 요금인하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정통부의 요금 인하안이 예상보다 크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사업자들은 정통부 장관이 IT투자펀드와 내년도 투자방안을 명확히 하면 요금을 소폭 내리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연초 계획대비 투자확대와 IT펀드 조성 등을 통해 요금인하 여력을 통신산업 발전으로 돌려왔는데 또 다시 이동전화 요금을 7.3%나 인하한다니 매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KTF와 LG텔레콤도 SK텔레콤의 요금 인하안을 놓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KTF와 LG텔레콤은 IT투자펀드 모금 등으로 인해 내년도 요금인하가 2∼3% 정도, 많아도 5% 이내에서 결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7.3% 내림으로써 자사들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IMT2000 투자비용에 나서야 하지만 이번 요금인하로 인해 부담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후발사업자, SK텔레콤 합병인가조건 제재 약하다=이와 함께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합병 인가조건 이행여부에 대한 정통부의 결정도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LG텔레콤은 “단말기보조금 지급행위와 합병인가조건 위반은 별개의 사안으로 가중처벌이 불가피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위반행위에 대한 징계를 참작해 한쪽의 징계수준을 낮춘 것은 상위법이 하위법에 따라가는 형국으로 법 정의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KTF도 합병 이후 SK텔레콤으로의 쏠림현상이 발생, 경쟁제한적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에 10억원의 과징금을 내린 것은 불충분한 제재라고 지적했다. KTF는 앞으로 SK텔레콤에 대한 추가 제재를 요구했다.

 후발사업자들은 정통부가 이동전화 경쟁정책에 의해 정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KT와 SK텔레콤이 지분 맞교환에 합의한 것에 대해 일종의 ‘선물’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통부 정책, 효과 발휘될까=통신사업자들의 반발이 사사건건 계속되면서 정통부가 최근 실시한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통부는 IT경기 활성화를 위해 요금 소폭인하를 조건으로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를 종용했다. 그러나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실제로 내년도 투자가 정통부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통신사업자가 IT투자펀드와 설비투자 등을 포함, 올해 중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투자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16일 통신사업자들의 발표가 있고 한달이 지났지만 투자계획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통신업계는 통신사업자들의 정통부를 신뢰하지 못해 실제 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있으며 마지못해 하더라고 내년도 추가투자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후발이동전화사업자들은 통신시장 유효경쟁이 악화되고 요금인하에 따른 경영악화가 된다면 연착륙을 위한 자구책으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통부의 정책에 대한 사업자들의 갈등이 계속될수록 IT투자에 대한 정부정책의 신뢰도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