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정책·행정·규제총괄기구인 방송위원회 주재로 중앙 지상파TV 방송사 사장단이 지난 18일 오래간만에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와 함께 패러다임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방송산업 전반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지상파 방송 3사는 국내 방송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디지털방송은 포화상태에 따른 한국 IT산업의 돌파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날 만남을 놓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 방송위를 포함한 관련 부처간 공조 및 통합 등 큰 의미의 방송산업 현안을 비롯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방송의 디지털 전환 정책 등 방송계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세부적인 사안들에 대한 큰 틀에서의 논의를 기대했다. 회동을 앞둔 방송위의 사전발표는 그 가능성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회동 이후의 내용은 기대이하로 시원치 않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이 끝난 뒤 방송위의 반응은 업계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모임은 매년 한차례씩 갖는 인사성 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방송위의 반응이었다.
방송정책 수장과 사업자 대표자모임에서 당장 큰 것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힘들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는 오고갔다는 말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날 만남에 대한 방송위나 사업자측의 별다른 촌평은 없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대대적인 사전발표도 필요 없었을 뿐 아니라 논의내용도 거대하게 포장할 필요가 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방송업계는 현재 목이 말라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당연히 이같은 자리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고, 방송위의 사전배포 자료도 기대를 걸기에 충분했다.
혹시 회의가 방송위의 업무현황에 대해 방송위가 지상파 방송 사장단에 단순히 설명하는 형태가 아니었는가란 분석도 가능할 정도다.
대외용 측면에서는 그동안 방송위가 추진해온 정책들의 진행사항과 방송위의 입장 및 향후 계획, 그리고 협조요청 정도에서 마무리됐다.
방송위는 앞으로도 지역방송사 사장단 모임과 PP협의회 사장단 모임도 가질 예정이다. 더이상 의미없고 형식에 그치는 내용없는 모임이 아니길 기대할 뿐이다.
<문화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