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산원 지식정보기술단장 신상철 scshin@nca.or.kr
지난 96년부터 시작된 IPv6 연구가 조금씩 시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달 제주에서 개최된 ‘제3회 IPv6 코리아 워크숍’에는 국내 IPv6 전문가가 대거 참여, 그간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중 IPv6망 구축과 표준화 연구·단말기기 적용사례는 상당한 수준까지 올랐다.
매년 이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느끼는 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연구에서 상품화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IPv6 백본망인 6KA넷·IPv6망 연동 및 교환을 위한 6NGIX센터 등이 상용화 수준으로 활성화되고 있고, IPv6에 SIP·스트리밍·무선랜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나와 제법 상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IPv6 분야에서는 올해 특히 괄목할 만한 움직임이 많았다. 이 부문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일본의 경우 종합계획 발표와 세제 혜택 등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볼 수 있었다. 개별업체로는 이미 소니가 IPv6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중계기에도 많은 기술력이 확보돼 NEC·히타치 등에서는 라우터·스위치가 이미 상품화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에서 IPv6에 대한 세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상품화 막바지에 이르러 있다. 기술개발과 이용활성화, 산업 발전이 중요한 내용이며 이를 위한 투자계획, 보급 및 확산과 활성화에 대한 전략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IPv6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로는 일단 당장 돈이 안된다는 것이고 기존 IPv4 주소 자원으로도 아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IPv6로 전환하면 원가는 상승하고 기능은 기존 것에 부가돼 이용자에게 혼란만 더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자극해주거나 정체 상태에서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IPv6의 도래는 분명한 것 같은데 내가 앞서 나가다가 정작 매출에 연결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가 문제다.
얼마 전 IPv6 분야에 무작정 뛰어들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벤처업체 하나가 거의 파산했다고 하니 오죽하랴. 아무튼 이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동인을 한번 생각해보자.
첫째 내년부터 생산되는 각종 단말·중계기에는 IPv6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하도록 하자. 무선랜 카드나 PDA·휴대폰 등에 IPv6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고 이미 개발 완료한 상태다. 다만 원가 측면에서 비용이 상승하므로 이를 꺼리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업체의 경우 대만 등과의 경쟁에서 1센트라도 원가를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리 적은 비용이라도 발생한다면 기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책대안으로는 각종 제품에 IPv6를 실장할 경우 한시적이나마 실비로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기 상단에는 ‘IPv6 인사이드’ 라벨을 붙여주자.
둘째, 보급 확산에 가장 보편적 이론인 ‘섬(아일랜드)-대양(오션)’을 적용하자. 현재 IPv4가 오션이지만 IPv6가 자그만 섬에서 시작해 2010년까지는 그 반대로 된다는 이론이다. 정부의 차세대 인터넷 응용에 참여한 모 통신사업자는 이미 무선랜을 이용해 IPv6 아일랜드 망을 구현했다.
이 사업자는 서울 서초동 센트럴시티를 필두로 시범서비스를 전개하면서 IPv6망을 점차 부서-사업장-로컬 국사-톨국 순으로 확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셋째, 연구소·정부 고리와 산업계·통신사업자간 고리를 연결해줄 추진체계를 구성하자. 지금까지는 IPv6 실무자 중심으로만 모였지 ISP·산업체의 최고층들이 모인 적은 없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준무라이 교수를 의장으로 추진위·실무위가 제대로 갖춰져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넷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었고 외국 장비업체들은 한국을 자사 제품의 시험장으로 생각하고 신규 제품을 계속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외국 업체의 국내 진출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해 각종 테스트와 시험을 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제공, 개선해주자. 사실 IPv6는 멀리 있지 않다. PC에 윈도XP가 설치됐다면 이미 IPv6 환경 안에 있는 것이다.
이제 서서히 IPv6시장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PC처럼 휴대폰에도, PDA에도 ‘IPv6 인사이드’ 라벨이 조속히 붙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이 라벨에 관한 아이디어는 ‘제3회 IPv6 포럼’에서 나온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