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가을 컴덱스]<셋째날>`자율컴퓨팅` PC로 확산

사진; 지난해에 비해 개장규모도 줄고 참여업체도 격감한데다 이슈마저 없어 한가로운 관람 모습을 보였다. 내년 1월에 열릴 CES를 준비하는 듯한 컴덱스 메인홀의 유유자적한 관람객의 모습.

 ‘2002 가을 컴덱스’가 벌써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IBM이 서버와 네트워크 영역에서 거론되던 자율컴퓨팅 개념을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로까지 확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개인용 컴퓨터(PC) 사업에서 적자로 고전, 일부 애널리스트와 시장전문가들에게서 사업포기 권고까지 받고 있는 IBM은 “내년에 데스크톱PC의 관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자율 컴퓨팅 구현 소프트웨어들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비용절감을 위해 독자 부스를 마련하지 않고 대신 호텔의 한 공간을 빌려서 최신 노트북PC·데스크톱PC·워크스테이션·서버 등을 선보인 IBM은 “‘인스턴트 커넥트’(Instant Connect)와 ‘클라이언트 자원 및 복구’(Client Resource and Recovery)라고 명명된 제품들을 내년에 발표할 것”이라며 “이들은 데스크톱PC가 가진 문제를 스스로 진단,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IBM의 퍼스널시스템그룹 최고기술책임자 브라이언 코너스는 “양 제품은 혁신적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이며 “시장에 나오면 현 IT업계의 고민인 데스크톱PC의 관리비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IBM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넥트’는 사용자들이 외부에서 기업의 네트워크에 쉽게 접속하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이며, ‘클라이언트 자원 및 복구’는 PC 하드드라이브가 망가지거나 윈도 운용체계를 부팅할 수 없을 때도 PC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 진단 테스트 등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한편 IBM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전체 컴퓨터시장에서는 업계 최고 위치를 보이고 있지만 PC사업은 오랫동안 누적된 적자로 시달리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1, 2위인 델컴퓨터와 HP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이외에도 트랜스메타가 ‘2세대 칩’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시선을 받는 등 주목할만한 뉴스가 계속 쏟아졌다.

  

 ○…절전형 노트북용 칩인 ‘크루소’를 개발해 명성을 떨쳤던 미국 반도체업체 트랜스메타가 새로 디자인된 ‘애스트로’(Astro)라는 최신 프로세서를 벨라기오 호텔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며 ‘제2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에 선보인 ‘애스트로’ 프로세서는 1세대 크루소(모델명 TM500시리즈)보다 전력소모가 더 작지만 성능은 보다 향상된 ‘2세대형 크루소’라고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 데이비드 디첼은 강조했다. 시장에 나오는 시기는 내년 중반이다.

 디첼은 “애스트로는 이전 크루소와 차원이 다른 칩”이라고 설명했는데, 그에따르면 애스트로는 클록 사이클당 명령어를 8회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현재 크루소 칩과 크루소의 경쟁 칩이 연산처리가 사이클당 4회인 것을 감안하면 두배나 높은 것이다. ‘애스트로’ 프로세서는 130나노미터 공장에서 생산되며 공식적으로는 ‘크루소 TM8000’ 시리즈란 이름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디첼은 ‘애스트로’의 크기도 매우 작아 그만큼 칩의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어 저렴한 프로세서가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트랜스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매튜 페리는 “어디서도 노트북 칩을 120달러에 얻을 수 없다”며 “경쟁사인 인텔의 펜티엄4 노트북용 칩은 현재 171∼348달러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인텔도 역시 내년에 절전형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배니아스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애스트로와 배니아스가 직접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IEEE802.11 무선LAN 벤더들의 컨소시엄인 ‘와이파이연합’(Wi-Fi Alliance)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무선LAN 표준인 IEEE802.11b와 새로운 규격인 802.11a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듀얼밴드) 제품을 조만간 인증할 것이라고 밝혀 큰 관심을 모았다.

 2.4㎓ 대역에서 사용하는 802.11b는 최대 11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반면 이보다 뒤에 출현한 802.11a는 5㎓ 주파수대역에 최대 54Mbps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와이파이 대변인 브라이언 그림은 “하지만 양 규격을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밴드 제품은 12월 중순경부터 판매될 것”이라고 밝히며 “그리고 802.11b와 802.11a의 장점을 결합한 2.4㎓ 주파수 대역에서 54Mbps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IEEE802.11g는 이번에 인증이 안나고 내년 4분기경에나 가능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802.11g가 인증이 되면 명칭이 802.11g가 아닌 54Mbps 802.11b로 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키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오라클 등 세계적 IT업체들이 주도해 결성한 표준 모바일 표준 조성 그랜드 컨소시엄인 ‘오픈 모바일연합’(OMA:Open Mobile Alliance)이 8개의 새로운 규격(스펙)을 발표, 눈길을 모았다. 이번에 발표된 8개의 스펙은 △모바일브라우징 △멀티미디어 메시징 △디지털 저작권 관리 △도메인 네임 서버 △모바일콘텐츠 다운로드 △전자우편 푸시 △사용자/디바이스 프로파일 등이다. OMA는 이와 함께 애플리케이션·단말기(디바이스)·서비스간 표준 모바일 스펙을 촉진하기 위한 3단계로 구성된 ‘OMA 릴리스 프로그램’도 함께 소개했다. 현재 296개의 IT업체들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OMA는 그동안 WAP포럼을 비롯해 위치연동포럼(Location Interoperability Forum), MMIS연동그룹, 싱크ML이니시에이티브, 와이어리스빌리지이니시이에티브 같은 조직을 흡수하며 세력을 키워왔다.

 

 ○…뉴스콥의 COO인 피터 셔민은 기조연설을 통해 미디어와 기술 업체들이 지적재산권 침해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셔민은 “약탈 전염병을 근절시켜야할 때”라며 “지적재산권 침해가 80억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T산업을 장기적 성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업체간 협력이 요청된다”며 “콘텐츠 절도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기회를 파괴하는 야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셔민은 과거 미디어업체와 기술 업체가 케이블·위성TV 네트워크·DVD 등의 콘텐츠 암호화를 위한 협력이 성공한 바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들 업체가 손잡으면 초고속 인터넷과 홈네트워킹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유닉스 서버업체인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미 이동통신업체인 넥스텔커뮤니케이션과 제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동맹으로 선은 자사의 웹서비스 플랫폼인 ‘선원’(Open Net Environment)을 이동전화에까지 확대, 넥스텔의 미 전역 무선 네트워크망을 사용하는 이동전화에 선원(Open Net Environment)을 사용한 여러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선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양사는 기업·공공기관·학교 등 엔터프라이즈 급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포털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 등은 새 포털 플래폼 구축을 위한 컨설턴트로 EDS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