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세계 경제계가 다시 혼미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금융시장과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각국 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계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중남미·아시아 등 위험하지 않은 지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대로 가면 대공황이 도래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 위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발표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이미 IMF와 IBRD 등 해외 주요 기관은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았으며, 국내외 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자료에도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가 예상하는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대략 5.3∼5.8%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징후가 심화되면서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성장률은 크게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수출은 횡보하고, 수입은 급증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이란 예상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내수경기 둔화도 문제다. 내수경기 위축이 기업의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여기에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자산 디플레이션까지 겹친다면 우리 경제는 또 한번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확대를 통한 경기진작이 한계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생산을 자극할 만큼의 적정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들어 제2의 외환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통화가치 고평가 정도, 통화방어능력, 금융건전성 등 향후 외환시장 위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외환위기 경보지수를 산출해본 결과 9월 말 경보지수가 외환위기 직전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밝힌 모 경제연구소의 조사보고서가 방증하듯 원화의 상대적 고평가와 빠르게 늘어나는 대출 등으로 인해 우리의 외환위기 경보지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번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가 또다시 외환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48%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색경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단기외채 비중을 축소하고 외국인 직접투자유치에 나서는 등 위기재발 방지에 총력전을 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 침체와 이라크 전쟁 등으로 장기침체화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예측해 생존에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춰야 하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국내 주요 기업이 새로운 시장과 고객 창출에 미래전략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수익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체질을 다져온 대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구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던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재계의 21세기 구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구촌 경제계에 휘몰아치는 한파의 끝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 경제계를 주도해온 미국과 일본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고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대에 살아남으면서 한국경제호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성장잠재력과 관련된 인프라 및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다. 또 허리 역할을 담당하게 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도 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발 한파로 한국경제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거둬낼 수 있는 일사불란한 정책 개발과 집행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