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공정공시제도 효과

◆장범식 숭실대학교 교수 beomjang@unitel.co.kr 

 정보의 ‘공평’한 흐름을 위해 제정된 공정공시제도가 시행 4주째를 맞았다. 공정공시란 회사의 영업활동이나 경영계획 등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기업분석가 등 외부인에게 알려줬을 경우에 공시를 통해 일반투자자에게도 즉시 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앞서 시행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에도 시행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은 것이 사실지만 아직 이 제도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당초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정보편재현상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기관투자가와 증권분석가의 입장에서도 결과적으로는 보다 책임있는 정보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공시제도를 비롯해 회계제도 개혁, 공시제도 개편 논의 등 증권시장에서 공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시의 근본 목적은 바로 시장효율성을 키우는 데 있다. 시장에서 정보의 흐름이 편재되지 않고 공평하게 이뤄질수록, 그 내용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될수록, 그리고 가격 발견 과정에서의 거래비용이 저렴할수록 시장은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된다.

 금융선진국의 증권시장제도는 한마디로 효율성을 전제로 한 공시체제의 확립과 보완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공황 직후인 1933년에 제정된 미국의 증권법은 일명 ‘완전공시법’이라고 불린다. 이 법안은 발행·유통되는 증권과 관련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완전공시’하고 투자자의 판단에 그 선택을 맡기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 거래법이 공시 내용과 분량에 관한 규제인 반면 공정공시제도는 공시방법에 대한 획기적인 일대전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투명성 문제와 정보의 편재현상이 더욱 심각한 우리로서는 이 제도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공시 건수가 제도 시행 전보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에는 우선 주목할 만하다. 물론 제공되는 정보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고 또 실제로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홍보성 정보만 무성한 기업도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직접정보의 제공 대상에서 항상 제외되던 일반투자자에게 거의 동시에 정보가 제공된다는 사실이 궁극적으로는 시장효율성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공평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일시적 현상이라 추정되지만 공정공시제도 시행 후 민감한 정보의 공개는 되도록 피하거나 무조건 입을 다무는 경향도 있다는 지적은 바로 공시에 대한 우리 기업의 근본적 시각이 개선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은 기업 정보를 명확히 제공함으로써 시장가격 발견 기능을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에서 개별기업의 투자위험과 관련해서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종목별 기업분석가의 수를 나타내는 유동성 지표다. 기업분석가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보량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기업의 불확실성 정도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제공과 공시 기회를 모두 차단함으로써 회사 내재 가치를 불필요하게 왜곡하거나 혹은 투명성을 훼손할 경우 이로 인한 불이익은 바로 기업과 주주에 귀속된다는 것을 차제에 인식해야 한다. 공정공시제도의 시행은 그동안 규모가 영세해서 기관이나 분석가들로부터 외면당한 코스닥기업에는 역설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코스닥등록기업의 경우에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가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정공시제도를 비롯한 최근 공시제도 개편 논의와 관련해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공시에 대한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다. 공시담당 임직원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공시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진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 입장에서 공시는 비용과 관련된 문제다. 불필요하고 중복된 공시나 효율성을 잃어버린 공시는 없는지에 대해 포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독당국과 시장운영기관에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