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끝에 검찰의 기소방침이라는 결정타를 맞고 물러난 오상수 사장(37)은 국내 벤처의 대표적인 성공신화 중 하나로 꼽혀왔다.
오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시절인 93년 새롬기술을 창업해 PC통신 접속프로그램인 새롬데이터맨을 내놓아 인기를 끌며 성공가도에 들어섰다. 위기였던 IMF는 되레 기회로 작용해 오 사장은 벤처붐을 타고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다. 99년 코스닥에 등록한 새롬기술은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이 됐다. 증자를 통해 현금도 3700억원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99년 10월 미국에 다이얼패드를 설립하면서 인터넷전화(VoIP)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오 사장은 다이얼패드가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확장한 자회사들의 부실로 2000억원을 날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새롬기술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다이얼패드의 파산을 막은 뒤 지난 6월 대표이사에 복귀했다. 그러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친인척의 부당 주식매도와 허위공시, 급기야 분식회계 의혹까지 불거져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새롬벤처투자의 홍기태 사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았고 감사를 포함한 일부 경영진도 등을 돌렸다.
오 사장은 “회계방법상의 오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이 20일 기소방침을 밝힘에 따라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게 됐다. 벤처신화의 주인공은 순식간에 ‘주주의 돈 2000억원을 허공에 날린 무모한 경영자’로 추락했다.
또 한번의 시련에 맞닥뜨린 오 사장이 벤처 1세대 몰락의 길을 따라갈지, 이를 극복하고 벤처신화의 아이콘으로 남을지 주목된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