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밴드` 다시 빛본다

 ‘슈퍼컴퓨터와 함께 부활한 인피니밴드.’

 초고속 네트워킹 기술인 인피니밴드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PC와 서버의 주요한 인터페이스로 사용돼온 PCI(Peripheral-Component Interconnect)를 대체할 새로운 입출력(I/O) 아키텍처로 한때 한껏 기대를 모았던 인피니밴드는 PC산업 두 거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이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주류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장점인 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을 앞세워 고성능이 생명인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새롭게 조명받으며 컴백무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인피니밴드 기술을 활용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한 대표적인 곳이 로스앨러모스미국국립연구소. 이곳에 설치된 슈퍼컴퓨터는 인피니밴드로 서로 연결된 128개의 컴퓨터로 이루어져 있다. 또 현재 슈퍼컴퓨터 500 리스트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베오울프(Beowulf) 클러스터도 인텔 제온 프로세서에 리눅스넷웍스로 만들어졌는데 역시 인피니밴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볼티모어에서 열린 최대 슈퍼컴퓨터 행사인 ‘SC2002’에서는 인피니밴드를 활용한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이 잇달아 발표됐다. 당시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PC)업체 델컴퓨터는 인피니밴드 기술을 활용한 모듈러 컴퓨터 출시 계획을 공개했는데, 델 관계자는 “슈퍼컴퓨터 같은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현재 우리 연구소에서 인피니밴드 클러스터를 시험중”이라고 밝혔다.

 델컴퓨터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인피니밴드를 활용한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이번‘ SC2002’에서 공개했다. 특히 페이스라인시스템스(Paceline Systems)와 인피니스위치(InfiniSwich)가 주목 받았는데 이들은 인피니밴드 기술을 적용한 하드웨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초고속 스위치를 제작하는 업체들이다. 워싱턴대학과 샌디아국립연구소 같은 곳을 슈퍼컴퓨터 고객으로 두고 있는 페이스라인은 MPI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와 제휴해 인피니밴드 클러스터에 사용되는 베어울프 소프트웨어를 개발중이다.

 인피니밴드는 아직까지 가격 때문에 컴퓨터업체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이더넷·파이버채널 같은 네트워킹 기술들보다 데이터 전송 능력이 훨씬 우수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즉 인피니밴드의 ‘4x’ 버전의 경우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10기가비트(Gb)에 달하는데 현재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내는 ‘12x’ 버전이 개발중이다.

 이에 반해 네트워킹 기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더넷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겨우 초당 1기가비트에 불과하다. 파이버채널은 이더넷보다 속도가 약간 빠르지만 그래도 인피니밴드에 훨씬 못미치는 초당 2기가비트가 표준을 형성하고 있다.

 인피니밴드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비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인피니밴드가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IT컨설팅기업인 일루미나타의 애널리스트 고든 하프는 “IBM, 인텔, HP, 구 컴팩컴퓨터, 델컴퓨터,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같은 거대 컴퓨터 업체들이 원래 개발한 인피니밴드가 슈퍼컴퓨터와 궁합이 잘맞아 앞으로 이 분야에서 계속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