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주로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했던 시절, 1.4MB 용량이면 그래픽 아티스트 등 전문가를 제외하곤 웬만한 자료를 다 저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시 100MB 집(zip) 디스크는 단연 최고의 저장기기로 꼽혔다.
하지만 파워포인트나 디지털 사진, MP3 음악 파일 등이 애용되는 요즘 플로피 디스크는 이들 대용량 파일을 담기에는 너무 용량이 작다.
개인 저장기기 역사와 궤를 같이 해 온 아이오메가는 지난해 기록가능 CD 개발에 매달려 750MB 집 버전을 내놓았으며 지난 주말에는 512MB의 라이터 만한 소형 USB 방식 키체인 저장기기 시판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CEO인 와이너 하이드는 “집 개발 이후 저장기기가 급속히 발전했다”며 “집이 지난 95년 출시됐을 당시만 해도 충분한 하드 드라이브 공간을 가진 저장기기가 별로 없어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저장기기들은 휴대성과 용량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저장기기들이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기기마다 기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조사담당 부장 로버트 아마트루다는 “현재 다양한 착탈식 저장기기가 사용되고 있다”며 “기기마다 특색이 있어 소비자는 하나의 기기로 다른 기기를 대체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소비행태의 한 예로 기록가능 CD와 기록가능 DVD의 인기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꼽았다.
장당 35센트 정도에 판매되는 공 CD는 CD 플레이어가 가정과 자동차, PC 등의 필수 소모품으로 자리잡으면서 파일 공유 미디어로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700MB인 CD 저장 용량은 아직 비디오 저장에는 부족한 편이다. 비디오를 충분히 저장하려면 CD보다 고가인 4.7Gb 공 DVD 정도는 돼야 한다.
CD와 DVD 모두 사진이나 비디오를 저장하는 저가의 저장제품이지만 이들 저장 미디어는 물리적으로 약해 표면이 몇 차례만 긁혀도 쓰레기가 되기 십상이다. 또 대부분의 경우 파일 덮어쓰기와 삭제가 불가능해 엄격한 의미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대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키체인 저장기기 ‘섬드라이브(Thumbdrive) 터치’를 제조하는 트렉의 기술 마케팅 이사인 자이 차우는 “플러그앤드플레이 키체인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대체하는 기기”라며 “섬드라이브 터치가 바로 이를 위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키체인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기기는 너무 작아 분실 위험이 커 그만큼 정보 누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렉의 섬드라이브 터치에는 지문 감지 패드가 달려 있어 엄지 지문 인식으로 드라이브를 개폐하기 때문에 정보 누출 가능성이 낮다. 경쟁 키체인 기기인 디스크온키는 보안 강화 차원에서 ‘키세이프’라는 패스워드 애플리케이션을 내장하고 있다.
컴퓨터 오디오 제품 제조업체인 크리에이티브는 메모리 모듈 제품에 음악 재생 기능을 추가해 MP3 플레이어 겸용 메모리 기기인 ‘무보(MuVo)’를 개발했다.
이 같은 저장기기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메모리 기기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을 더 많이 부가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우 이사는 “호텔이나 공항에 비치된 PC에 데이터 액세스 툴이 설치돼 있지 않을 수도 있다”며 “휴대형 메모리 기기에 독립형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다면 메모리 기기 자체로 데이터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오메가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라이프웍스 포토 앨범’이란 소프트웨어는 집 드라이브로 사진 배열과 복사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진 전송시 소프트웨어 복사본도 전송함으로써 수신자는 소프트웨어 복사본으로 앨범 포맷의 사진을 펼쳐볼 수 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