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밴드(광대역망) 시대 진입에 한 발 늦었던 일본 정부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사회를 시야에 넣고 본격 지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90년대 IT혁명기에 미국보다 한 발 늦어 시종 미국이 이끄는 글로벌 표준에 끌려다닌 쓰라린 과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브로드밴드 중심이었던 IT혁명을 21세기에는 유비쿼터스가 새롭게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판단하에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첨단 IT국가를 목표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할 것을 기대한다’는 총무성내 유비쿼터스 관련 연구조사회가 보고서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를 살펴보면 이런 일본 정부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다.
◇요소 기술 장악이 목표=일본 총무성은 향후 일본 경제를 이끌 키워드로 유비쿼터스네트워크가 부상할 것으로 보고 내년 정부 예산 신청에 유비쿼터스를 위한 기반기술 개발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성이 예산 요청한 분야는 △100억개의 단말기를 연결할 수 있는 ‘초소형 칩 네트워킹 프로젝트’ △비접촉식 IC카드에 부착하면 어떤 PC나 단말기도 자신 개인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엇이든지 내 단말기 프로젝트’ △건물내외 어디에서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어디서든 네트워킹 프로젝트’ 등 3가지다. 이들 프로젝트는 각각 서적, 브랜드상품, 유가증권 등 모든 물체를 네트워크에 연결시키기 위한 1㎜ 이하의 초소형 칩, 일상생활에서 이를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종래 1만분의 1 이하의 리얼타임 대응이 가능한 네트워크 기술, 위치에 관계없이 네트워크 연결을 가능케 하는 통신서비스기술 등 핵심기술의 개발 및 실용화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다. 일본 정부는 2005년까지 이들 요소기술을 개발 및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향후 유비쿼터스 시대의 주도권을 일본이 쥐게 될 공산이 높아진다. 이 기술들이 ‘어디서든 언제든 무엇이든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유비쿼터스의 기본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또한 총무성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기술의 장래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서 가기 위한 종합추진책으로 이같은 기술 개발 외에도 ITU활동 등 표준화를 위한 적극적 지원, 미국·유럽·아시아 각국 등과 연구개발 및 국제화 표준분야에서의 연계 등 세계 표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제출해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장 규모=지난 6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기술의 장래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가 예측한 시장 규모(파급효과 포함)는 2005년에 무려 30.3조엔(약 303조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네트워크 10.5조엔, 전자상거래 7.3조엔, 서비스 6.2조엔, 단말 5.5조엔, 플랫폼 0.8조엔 등이다. 특히 2010년에는 이같은 규모가 더욱 늘어나 84.3조엔(약 8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연구회는 전망했다. 분야별로는 전자상거래 34.4조엔, 서비스 24.2조엔, 네트워크 14.9조엔, 단말기 7.8조엔, 플랫폼 3.0조엔 등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