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독일에서 열리는 ‘하노버’ 전시회와 함께 세계 2대 IT전시회로 꼽히는 ‘컴덱스’가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2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전세계에서 1100개에 달하는 IT기업들이 참가한 이번 ‘2002 가을 컴덱스’는 규모면에서 미증유의 9·11테러 여파로 예년보다 참가업체가 크게 줄었던 작년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미래 IT시장을 선도할 다수의 첨단 제품과 신기술들이 선보였다. 특히 무엇보다도 이번 컴덱스는 무선(wireless)으로 무장한 모바일(휴대형) 기기들이 향후 IT시장을 주도할 중심세력이 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에 따라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에 접속,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와이파이(Wi-Fi) 방식의 무선 네트워크 기술이 신기술 흐름을 주도했다.
이번 행사의 ‘최대 귀빈’으로 떠오른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가장 좋은 길목에 가장 큰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해 놓고 태블릿PC 소프트웨어와 ‘원 노트(One note)’라는 첨단 필기 소프트웨어 그리고 무선 인터넷단말기인 ‘스마트 오브젝트’ 등을 집중 홍보하며 가장 주목 받았다.
특히 디지털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한 휴대폰과 PDA의 기술경쟁이 벌어지면서 미래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제품들이 다수 선보였다는 것이 이번 컴덱스의 유일한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모바일이 대세임을 입증=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분위기가 침체됐으나 모바일 분야만큼은 활기를 띠었다. 참가업체들이 개인휴대단말기(PDA)와 태블릿PC 등 각종 모바일 기기를 비롯해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무선 보안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세계 1위의 PC업체인 델컴퓨터는 MS의 소프트웨어(포켓 PC)를 내장한 ‘액심 X5’라는 PDA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PDA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델의 숙적인 휴렛패커드(HP)도 블루투스와 무선 랜이 장착된 첨단 PDA를 공개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세계 최대 이동전화업체인 노키아의 경우 사용자가 문자메시지를 이전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새로운 휴대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데스크톱PC는 미디어센터PC가 주도=데스크톱PC 분야에서는 MS의 새 데스크톱PC용 기본 소프트웨어인 ‘윈도XP 미디어센터’를 내장한 PC인 ‘미디어센터PC’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세계 2위 PC업체인 HP를 비롯해 미국 4위 PC업체인 게이트웨이 그리고 소형PC업체인 에일리언웨어 등이 미디어센터PC들을 출품했다. 이들 미디어센터PC는 오디오와 비디오 기능이 이전PC들보다 훨씬 향상 됐을 뿐아니라 리모컨으로 원격지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대개 2.5㎓ 이상 펜티엄4 프로세서에 512MB 메모리, DVD리코더 같은 고급 부품(사양)을 갖추고 있다.
◇리눅스에서는 유나이티드리눅스가 활약=마이너 리눅스업체들의 연합체인 유나이티드리눅스가 처음으로 공동의 규격을 적용한 신제품들을 출품하며 시선을 모았다. 유나이티드리눅스는 세계 리눅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레드햇에 대항하기 위해 독일 수세를 비롯해 터보리눅스(일본), SCO그룹(미국), 코넥티바(브라질) 등이 올 8월 결성한 것인데 수세의 경우 공동 규격에 기반한 신제품 ‘수세엔터프라이즈리눅스(SLES)8’을 발표했다.
◇기조연설자들 메시지=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해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등 기조연설자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IT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앞날은 밝다”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했다. 개막 연설을 한 게이츠는 “발전된 디지털 기술이 미래 10년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소위 ‘디지털 디케이드’(Digital Decade)를 여전히 강조했으며 피오리나도 세계IT 경기의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이츠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IT 산업의 미래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또 내셔널세미컨덕터의 회장 브라이언 할라도 “인터넷붐이 아직끝나지 않았으며 고속 반도체 기술이 IT산업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