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 IT인력 활용하자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 nam@da-san.com 

 중국 단둥에 자리잡은 최초의 남북합작 IT업체 ‘하나소프트’의 남북 협동개발 프로젝트 운영방식이 마침내 남북인력이 한솥밥을 먹으며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현지에 상주하는 20여명의 북한 IT인력과 남한의 IT인력들이 합쳐져 이른바 남북합동소프트웨어 연구소가 가동되기 시작한 진일보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하나소프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회사의 대표였으므로 현지에서 이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다.

 이러한 결정은 IT시장의 급변하는 시장요구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모색에서 비롯된 것이다. 빠른 기술흐름에 따른 새로운 제품을 적시에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연구인력 확보를 통한 개발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이번애 북한 IT 개발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는 결정은 그 동안 반신반의하던 이들의 자질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가 나왔기에 가능했다. 필자의 회사로서는 신제품에 탑재될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북한의 IT 인력으로 충원한 셈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울에서는 쉽게 이룰 수 없었던 획기적인 개발력 확보를 이루게 된 것이다. 북한 개발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향후 개발결과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결정은 앞으로 저가의 고급 개발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인도나 중국 등의 국가를 대상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고급 두뇌를 확보한 사례는 많지만 북한의 고급인력을 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리눅스 업체를 경영하는 미국의 한 친구에게 이번 하나소프트의 결정을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들이 개발 아웃소싱해오던 인도의 경우와 비교해가며 타당성 검토에 들어가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만일 좋은 결과가 나오면 비싼 소프트웨어 인력 때문에 줄여가던 용역개발 사업부문을 다시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남한의 회사나 그 회사가 공통으로 겪어왔던 저가의 고급 개발인력 확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북한 IT인력의 활용이 대두된 셈이다. 현재는 인도 엔지니어의 경우에 비해 약 5분의 1의 경비로 북측 IT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SI업체, 운용체계, 데이터베이 및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은 고려해 볼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생각된다. 규모가 큰 개발조직을 운용하고자 할 때는 자신의 회사만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확보해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북한 IT 인력의 수준에 대해 적지않은 의문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여기에 대한 대답은 기대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1%의 뛰어난 천재는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그 사회에서 IT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각종 연구소와 대학에서 양성한 인력이라면 짧은 시간에 특정 프로젝트에 투입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북한 인력들은 “어떤 프로젝트라도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개발한 워드프로세서나 번역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도 자신있게 설명을 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자랑하는 기술수준을 검증과정 없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독자적으로 개발된 제품들을 평가해볼 때 대다수 남한회사들이 요구하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된다.

 저렴한 북측의 노동력을 활용하여 제조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남북 교류사업은 공장 인프라 등의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북측의 준비된 고급 IT 개발인력을 활용하여 남북이 함께 하는 사업은 오히려 손쉬운 남북 IT 협력사업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