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 코리아e플랫폼 사장 woosok@koreaeplatform.com
인터넷 이용자수 2600만명, 인터넷 사용시간 세계 1위, 전국 모든 초중고에서 무료 인터넷 서비스 이용, 전체 가구의 70%가 초고속 정보통신 서비스 이용…. 이 모두가 IT강국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현 주소다. 앨빈 토플러가 “이제 한국은 벤치마킹할 검증된 모델이 없는 만큼 한국 실정에 맞는 새로운 전략적 모형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우리 고객사인 K건설은 강원도 미시령의 오지현장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구매대행 발주를 내고 있으니 e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는 어떤 나라보다 우수함에 틀림없다. 한마디로 정보화를 위한 하드웨어는 합격점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측면을 보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콘텐츠가 흘러다니고 기업들은 실제로 얼마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는지 짚어보자. 최근 산업자원부가 11개 업종,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e비즈니스 인덱스는 100점 만점에 겨우 50.8점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금융·통신 등은 그래도 평균치를 웃돌지만 섬유·의류 등 전통 제조분야는 이보다 훨씬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가 업종별 e비즈니스 구축, 3만개 중소기업의 정보화 지원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것에 비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다. 개인의 인터넷 활용 면에서 봐도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는 콘텐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괴리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기업 차원에서는 인식의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말로는 e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면서도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CEO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저항을 극복할 의지도 박약하다. 얼마 전 IBM과 EIU가 공동으로 국가별 e비즈니스를 평가한 데서도 한국의 경우 특히 관행과 사고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었다. 개인 차원에서는 역시 디지털 콘텐츠의 부족이 제일 큰 문제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서 우리가 가장 부족한 부문은 기술도, 자본도 아닌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획일적 교육환경에서 길러진 우리 젊은이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이나 창조적 상상력이 없다는 얘기다.
인프라는 IT강국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진정한 I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비IT적인 것들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과 관행을 타파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