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한컴오피스 출시에 대응해 할인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기존 가격의 절반에 판매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김근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수년간 사운을 걸고 준비해온 새로운 사무용 프로그램(오피스)인 한컴오피스 2003의 출시를 하루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놓은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MS는 26일 오피스XP프로, 윈도XP업그레이드 버전과 SBS2000서버 등을 묶은 패키지를 소비자가보다 최고 50% 할인한 가격으로 한 달간 판매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MS는 매년 다양한 프로모션을 실시해왔으나 제품 가격 자체를 이같이 큰 폭으로 할인하면서까지 ‘모험을 강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소프트웨어 업계의 극심한 불황 탓으로 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MS의 설명이지만 한컴으로서는 시기적으로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반응이다. MS가 또 다시 오피스 시장에서 기득권을 내세워 독점기업의 횡포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MS가 기습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 배경은 한컴의 오피스 시장 점유율 확대를 막기 위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간 시장 논리나 소비자들의 반응을 볼 때 이런 분석은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MS의 이같은 기습작전에 대해 한컴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저가를 무기로 MS의 기존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한컴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MS오피스보다 60∼70% 가량 저렴한 17만원대에 신제품의 가격을 책정한 한컴으로서는 가격을 더 이상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한컴의 더 큰 고민이다.
한컴이 신제품 한컴오피스 2003을 통해 제2의 도약 발판 마련과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미래를 바꾸겠노라고 호언장담한 것이 성공하려면 가격정책 외에도 탄탄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27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되는 ‘한컴오피스 2003’ 발표회장에서 한컴이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자못 궁금하다.
<엔터프라이즈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