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게임업계 합종연횡 `신호탄`

 일본의 게임 업계에 합종연횡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본의 주요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에닉스와 스퀘어가 내년 4월 1일에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드래곤 퀘스트로 유명한 에닉스와 파이널 팬터지의 제작사 스퀘어는 게임 환경 변화와 제작비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 몸집 불리기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닉스는 스퀘어 1주당 자사 주 0.81주를 제공하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4000만주를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내년 4월 탄생할 새 회사 ‘스퀘어에닉스’의 시장 가치는 25일 종가 기준으로 2490억엔에 이른다.

 일본의 주요 게임제작 업체들이 합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한 회사가 단독으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엔 지나치게 커져 버린 게임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게임 판매량은 13% 줄어든 반면 게임제작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는 등 비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및 온라인 게임의 등장과 날로 향상되는 게임기 성능에 걸맞은 게임들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3000만개와 2400만개 이상 팔린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팬터지지 시리즈를 개발한 역량을 집중해 게임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임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장을 맡게 될 와다 요이치 스퀘어 사장은 “우리는 초고속인터넷, 휴대폰 게임 등 게임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퀘어에닉스는 2005년에 800억엔의 매출과 150억엔의 순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일본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도 인수·합병을 통한 세 확산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도 영화처럼 많은 돈을 투자해 대작 게임을 만들고 마케팅과 홍보에 거액을 쏟아붓는 ‘블록버스터’식으로 제작되다보니 개발·제작비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고성능 게임기의 등장은 일본과 마찬가지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게임업계는 몇몇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통폐합, 개발 능력과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