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이메이션코리아사장 jwlee@imation.com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양적인 면에서 세계 빅5 대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질적인 수준면에서도 외국의 기업들과 경쟁을 벌일 만큼 상당한 발전을 거두고 있다.
조선업계 또한 양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저가공세에 자리를 내주고 있기는 하나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 선박들은 일본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우리경제의 기간산업으로 제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우리산업에서 T-50 ‘골든 이글’ 초음속 고등훈련기 겸 경공격기의 비행성공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20세기 제조업의 대표주자가 자동차산업이었다면 21세기는 우주항공산업이다. 매년 항공기를 수입하는 데 드는 20억∼30억달러의 수입적자를 줄이고, 우리나라의 수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항공산업의 발전은 꼭 필요하다. 실제로 공군은 오는 2030년까지 최소 800대의 T-50을 제작해 300억달러 규모로 수출한다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그 경우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의 25%를 점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T-50 개발이 갖는 또 다른 의의는 기술파급 효과다. 자동차가 철강과 전기 전자, 소비재 산업의 집약체라면 초음속 항공기는 설계단계부터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밀공학의 집적체다. 항공기 엔진소재인 티타늄을 골프채 생산에 응용하고 있는 일본의 이시가와지마정밀이 시사하는 바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끝으로 T-50은 자주국방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제 10년에서 20년 안에 우리가 그리던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이 가능해질 경우 우리의 국방력에도 엄청난 변화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T-50의 제작은 국내 항공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T-50 개발에 관한 반응은 미미하기만 하다. 이 점은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끝내 아쉽기만 하다. 대선정국의 소용돌이로 자칫 국가 산업발전에 큰 획을 긋는 T-50 초음속기 개발이 과소평가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