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광고에나 나올 법한 일을 실제로 목격했다.
전철 개표구 앞에 줄을 서서 한 명씩 개표구를 지나갔고 거의 내 차례가 다가올 무렵 내 바로 앞에 서 있던 여자가 느닷없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그 여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개표구에 대고 역 안으로 사라졌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여자가 계단 밑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새로운 IT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사실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꽤나 유용하고 기발한 발상이긴 하지만 그 기술들이 과연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어느 먼 나라 왕손들이나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고가의, 그리고 희귀한 물건들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런 예단들이 전철 개표구 앞에서 깨져 버린 것이다.
IT는 분명 혁명에 가까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은 바로 우리 생활 속에 있었다.
전자신문을 보면서 ‘유비쿼터스’란 단어를 종종 접하게 된다. 너무 어려운 개념에 유비쿼터스 관련 기사는 눈대중으로 지나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런 작은 생활 속의 경험을 하고 난 후 유의해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다.
‘유비쿼터스’란 원래 라틴어라고 한다. ‘어디서나 동시에 널리 존재한다’는 의미로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라도 네트워크에 접속해 컴퓨터 파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가까운 미래 컴퓨터의 모습이라고 한다. 이런 거대한 개념들은 생활인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제 그 유비쿼터스 세상이 곧 오리라는 믿음이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모든 신기술이 생활 속에 적용될 만큼 저렴하고 대중적인 것은 아니다. 비록 그 기술들이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그 기술로 인해 우리는 언젠가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어떤 과학자 한 분이 “기술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기술 지체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인간 상상력의 부재다”고 쓴 글을 보았다.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친, 오히려 인간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기술지상주의자라 욕한 그 글이 사실인 셈이다. IT혁명이니 생활 속의 신기술이니 하는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작은 일화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깨달은 바가 많았다. 전자신문 독자들도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면 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선아 서울 서초구 반포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