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파수를 통신사업자들에게 할당할 때 주파수경매제가 적용되고 이들이 할당받은 주파수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주파수 거래제가 도입될 것 같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동욱 박사는 최근 정보통신부 주최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중장기 전파·방송정책방안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파수 경매제와 거래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된 박 박사의 의견은 전파자원에 대한 효율적 활용을 넘어 전파관리제도의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박사는 특히 전파관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주파수경매제, 주파수거래제, 주파수 이용대가, 대가할당방식 도입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정책안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파자원에 대한 경쟁적 수요가 심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전파관리 제도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주파수경매제는 특정 주파수를 할당할 때 이를 필요로하는 기업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 중 최고가를 제시한 기업에 해당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이며 주파수거래제는 할당받은 주파수를 자유롭게 양수·양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는 주파수 배정에도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하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로 우리 정부가 오래 전부터 검토해온 사안이다.
물론 영국이나 독일이 이를 도입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우리나라가 주파수경매제와 거래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직까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통부는 이미 내년중 전파법 개정을 통해 주파수경매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박사는 주파수경매제 도입과 관련, 기존 사업자들의 주파수관리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현행 전파법 시행 이전에 기간통신사업자에게 부여된 주파수(휴대폰, 개인휴대단말기, 무선호출기)도 심사방식에 의해 할당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대가할당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이 방안이 정책으로 결정되면 이미 심사할당방식으로 주파수를 배정받은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가 이미 납부한 출연금을 넘어설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추가로 주파수대금을 내야 하고 대신 해당 주파수의 자유로운 양수도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된다.
박 박사의 권고대로 주파수경매제 도입은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일이다.
기존의 사업계획서 비교심사방식으로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은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객관성과 투명성 면에서 시비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기술 및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등 불확실성의 증가로 장기간의 주파수 이용대가를 과학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부의 주파수경매제는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 주파수자원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 현실에서 갑자기 주파수를 경매방식으로 할당하고 이를 다시 사고 팔 수 있도록 한다면 주파수가 자금여력이 튼튼한 대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주파수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잘못 운영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