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고 있지만 아직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얼어붙은 경기로 샴페인 코르크를 터트릴 만한 여유가 없다. 하지만 대다수 최고경영자들은 현재가 일년전보다는 낫다고 여기고 있는데,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 등 일련의 미 IT기업 경영자들에게 “내년 경기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를 질문, 그 답변을 4일자에 실었다.
답변에서 제프 베조스 CEO가 가장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레드햇 매튜 슐릭 CEO도 “6개월전보다 현재 상황이 낫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전보다는 낫지만 상황이 여전히 힘들다는 반응이었는데, 긍정적인 것은 모든 답변자들이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7년간의 역사 중 아마존은 부침을 거듭했는데 베조스는 “현재의 경제 침체가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내년 우리의 사업 전망은 무척 밝다”고 밝혔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2003년에 접근하고 있는 그는 “경제가 안좋은 상태인데도 우리 사업이 호조를 보였다”며 “만일 경제가 좋으면 얼마나 더 빠르게 성장할 지 모르겠다”며 자심감을 보였다.
◇밥 칼데로니(아리바 CEO)=올해를 시작할 때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던 그였지만 아리바의 올 매출은 좋지 못하다. 작년엔 4억200만달러를 올렸지만 올해는 2억2900만달러로 급감할 전망이다. 하지만 칼데로니는 아리바의 장래에 대해 일년전보다 낙관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이 조만간 비용절감 노력의 마지막 선상에 도달, 다시 IT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며 “특히 향후 10년간 인도가 중요한 개발처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아리바도 인도에 회사 전체 개발력의 10∼15%를 이미 투자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샌제이 쿠마르(CA CEO)=e비즈니스 관리 소프트웨어업체인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를 이끌고 있는 쿠마르는 “내년에 하이테크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산비용을 크게 절감해주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경제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무엇보다 경비 절약에 힘을 쏟고 있다며 “질은 물론 양적으로도 비즈니스 열매를 가져다주는 솔루션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종용(삼성전자 부회장)=“내년 경기를 예측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제하며 “미국과 일본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하지만 유럽의 회복 시기는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소비자들이 PC를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또 전화시장도 성숙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3G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실시된다고 해도 폭발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해서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빌 에스리(스프린트 CEO)=내년에는 통신시장에서 올해의 무기력한 수요가 균형을 이루며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지만 대형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오는 2004년이나 돼야 회복 기미를 느낄 것”이라며 내년 회복론에는 부정적이었다. 에스리는 월드컴을 겨냥한 듯 “파산회사가 다시 일어설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증가하는 수요가 점차 그간의 네트워크 공급과잉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톤 스칼라보스(베리사인 CEO)=“IT산업이 경기 침체보다도 거품 때문에 더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한 스칼라보스는 “하지만 몇달전보다 IT경기에 대해 더 낙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e비즈니스가 이제 전체 비즈니스 인프라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빈톤 서프(월드컴 부사장)=인터넷의 아버지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그는 “IT와 통신업체들이 앞으로 힘겨운 길을 만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통신업계가 주요한 구조조정과 비즈니스 모델 변경으로 경쟁력 향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매튜 슐릭(레드햇 CEO)=“6개월 전보다 확실히 경기가 좋다”고 전제한 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이 유닉스 시스템에서 레드햇/인텔 솔루션으로 전환(마이그레이션)하는 것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슐릭은 2003년 IT산업 회복 전망에 대해 ‘굿(good)’이라고 피력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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