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메이커 게이트웨이는 올 한해 감원, 구조조정, 적자로 고전하며 하이테크 업계의 ‘낙오자’ 같은 대접을 받았다.
휴렛패커드(HP), 컴팩, 델컴퓨터 등 경쟁사가 경기침체 기간에도 자기혁신을 위해 큰 발걸음을 옮겼으나 게이트웨이는 어린아이 걸음마처럼 행동이 굼떠 보였다.
HP와 컴팩이 합병 뒷마무리에 골몰하는 동안 게이트웨이는 PC 신제품을 내놓고 관심끌기에 주력했다. 델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게이트웨이는 미국 소비자를 상대로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와 홈 네트워킹 서비스 판촉에 열을 올렸다.
델과 ‘신 HP’가 기업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사이 게이트웨이는 실적이 부진한 소매점포를 폐쇄하고 수천명의 근로자를 해고했다. 게이트웨이는 지난해 모든 해외 영업소를 철수하고 직원수를 2만4000명에서 1만1500명으로 대폭 줄였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뒤 게이트웨이 조직은 해외시설이 전무한 가운데 미국내에서만 게이트웨이 컨트리점 274곳, 제조시설 2곳, 콜센터 3곳만 남았다.
분석가들은 게이트웨이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내다보고 구조조정과정에서 실행한 여러가지 조치의 효과에 의문을 품으면서 파산이 멀지 않은 것으로 예상했다.
이럴 즈음 게이트웨이는 새 사업 전략의 실천에 돌입했다. 새 전략은 직영 소매점포를 재차 활성화시키고 새 로고를 도입, 기업이미지를 쇄신하고 경쟁사보다 더 싼 가격에 PC 이외 다른 전자제품 판매에 적극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이 회사의 전략기획 담당 수석 부사장 존 휴부시는 “새 전략은 기업을 개조하는 것이며 게이트웨이가 무엇을 어떻게 누구에게 팔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트웨이는 지난 85년 아이오와주에서 창업한 PC 전문 판매회사다. 이 회사의 주력사업인 PC 판매는 PC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아 지난 3분기 판매액이 작년 동기대비 19% 감소했고 2분기와 1분기 판매 역시 지난해보다 각각 18%, 30% 감소했다. 전체 매출은 2000년 96억달러에서 2001년 61억달러로 37%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약 2억29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게이트웨이는 판매제품을 다양화시킨 데 힘입어 4분기에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게이트웨이는 지난 10월 MP3플레이어, PDA,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등 150가지 정도의 가전제품을 미 전역의 게이트웨이 컨트리점에 진열해 놓았다. 이 조치는 애플컴퓨터가 자사 점포에서 하는 일과 유사하다.
게이트웨이는 이와 함께 오래된 젖소 얼룩무늬 로고를 버리고 하이테크 분위기를 가미한 알파벳 ‘G’ 문자의 변형을 새 로고로 채택했다. 게이트웨이 웹사이트에서 새 로고는 컴퓨터의 전원버튼을 상장한다고 밝혔다.
게이트웨이는 최근 프린터와 PDA에 자사 이름을 붙여 판매하기 시작한 델의 전례를 따라 42인치 플라즈마TV를 경쟁사의 절반 수준인 대당 3000달러에 내놓았다. 게이트웨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TV 판매로 고객이 자사 점포로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부시는 “자체 조사결과 현재 판매되는 디지털캠코더의 90% 이상이 가족사진을 촬영해 비디오 테이프로 저장하는 데만 이용돼 아날로그캠코더와 별 다를 바 없게 사용된다”며 “소비자는 PC를 이용해 영화를 만들고 배경음악을 집어넣는 방법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게이트웨이는 애플처럼 고객에게 이런 제품의 사용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소비자들에게 먹혀들까.
비어스턴스의 분석가 앤디 네프는 “어떤 기업이라도 직영 소매 점포로 성공한 기업은 드물다”며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스의 사장 팀 바자린은 “잘 알려진 브랜드 이름을 가진 제품을 구비한 게이트웨이 점포가 애플 점포처럼 소비자를 많이 끌어들일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술은 판매하기가 간단치 않다”며 “판매직원이 많이 알 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게이트웨이가 델, 애플 그리고 다른 유명 소매업체들과 정면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휴부시 부사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우리의 비용구조에 대한 월가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월 가는 점포를 폐쇄해야 비용이 줄어든다고 보지만 우리는 점포를 승부처로 본다”고 설명했다.
바자린도 과거 게이트웨이의 부침을 숱하게 지켜보았다. 그는 “게이트웨이는 생명이 900개가 되는 기업 중 하나”라며 “게이트웨이는 모든 이가 망할 것으로 볼 때마다 재기에 성공했고 매년 놀랄만한 변신을 거듭해왔다”고 말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