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전쟁이 갈수록 새로운 법적 전선으로 확대되면서 저작권 카르텔 진영이 대부분의 전투를 휩쓸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희망의 싹’이 솟아나고 있다.
미 법원은 지금까지는 한마디로 지적재산권 진영 편이다. 판사들은 저작권 보유자, 특히 오락업계에 디지털 정보와 기기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부여해주고 있는 현행법을 적극 지지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고객권리를 늘 홀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예로 러시아의 한 업체는 이번주 어도비시스템스의 ‘e북’ 구입자가 무단으로 복제본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한 혐의로 새너제이 연방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소송은 지나치게 저작권 보유자 편을 들어준 악명 높은 ‘98년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에서 비롯된 첫 형사사건이다.
오락업계 카르텔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 기존 소비자는 물론 미래 소비자마저 계속 괴롭히고 있다. 요즘에는 할리우드와 음반업계 공범자들이 한술 더 떠 제3자가 불법복제를 감시하는 꼭두각시 노릇마저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해군사관학교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의 위협에 굴복해 불법적인 음악 내려받기 행위를 색출하기 위해 사관생도의 하드드라이브를 검사해 수십대의 PC를 압수하기까지 했다.
하이테크 업계는 이 같은 지적재산권 카르텔의 전면적인 통제를 위한 움직임이 결국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행위로 보고 고객의 권리를 앞세워 궐기라도 해야 할 입장이지만 맥빠진 반응만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나쁜 소식만 있으라는 법은 없는 듯하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소송에서 오락업계 카르텔이 겨냥한 희생자 중 한 제소자에게 4대3,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안겨줬다. 대법원은 할리우드와 DVD플레이어 메이커들이 텍사스에 거주하는 대학생 매튜 파블로비치에게 거주지가 다른 캘리포니아주에서 민사소송에 응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상식의 승리’였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판사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연방 항소법원 판사 리처드 포스너는 최근 지적재산권법의 지역적이고 물리적인 경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C넷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너는 여러 분야에서의 ‘엄청난 확장’을 문제 삼으면서 저작권 조건을 확대하는 문제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도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의회는 여전히 지재권 로비 활동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이 DMCA 같은 법 때문에 야기된 피해를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절대 다수 의원은 아직 할리우드의 주장만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구원 4명은 디지털권리 관리에 대한 최근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저작권 보호는 끝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MS는 단호한 입장의 저작권 카르텔 편이다. 이 같은 세상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이들은 보안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편리함과 저렴한 비용으로 경쟁할 것을 권한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