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유능한 A씨가 연간 구매금액이 5000억원에 달하는 제조업체의 구매담당 임원으로 부임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구매팀 인원은 10명. 부임 후 일주일간 업무를 파악해 보니 5명은 제품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원부자재 구매를 담당하고 있고 나머지 5명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공장설비의 유지·보수용품(MRO 제품)을 구입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담당하는 MRO의 구매금액은 전체의 10%에 불과한데다, 워낙 다양하고 잡다한 품목이다보니 하는 일도 전문성 없이 허드렛일에 가까운 저부가가치의 일이다. 이러다 보니 똑똑하고 젊은 직원은 MRO 구매업무를 회피하게 되고 경영진에서도 상대적으로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고여 있는 물처럼 악취가 나기도 하고….
A씨는 어떻게 하면 MRO 구매업무를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때 A씨에게 번개처럼 스쳐가는 잭 웰치 회장의 금언이 있었다. “당신 집의 뒷마당이 다른 사람의 앞마당이 되게 하라.” 그렇다. MRO 구매는 어차피 A씨 회사 입장에서는 잡동사니가 수북히 쌓여 있는 뒷마당일 수밖에 없다. 만일 이 뒷마당을 전문적으로 청소해주고 괸리해 줄 사람이 있다면 뒷마당은 그 사람에게 맡기고 A씨는 훨씬 더 중요한 앞마당을 가꾸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A씨는 과감하게 뒷마당 관리는 외부 사람에게 맡기기로 결정한다. 1년 후 A씨가 얻은 것은 MRO 구매원가의 인하, 투명한 거래 그리고 5명이었던 인력소요를 2명으로 줄이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매 아웃소싱의 경제학이다.
선택해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로서는 핵심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가 아닌 MRO 구매는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삼성, LG 등 그룹사들은 그룹내 계열사를 통해 구매대행을 시행 중이다. 얼마 전에 구매 아웃소싱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 소속의 회사가 한국e비즈니스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상의 수여는 이제 우리 나라에서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구매를 아웃소싱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확실한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공인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장의 창출을 위해 노력해 온 여러분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면서, 회원사들에 더 큰 가치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기 위해 가일층 노력할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이우석 코리아e플랫폼 사장 woosok@koreaeplatfo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