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소재가 IT경쟁력 기초

 ◆김호기, KAIST 전자부품·재료설계인력교육센터 소장 hgkim@cais.kaist.ac.kr

 LCD모니터에 쓰이는 액정(Liquid Crystal)소재는 70년대 후반 일본 아사이글라스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액정소재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정보기술(IT)세상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또 2차전지의 흑연계 탄소소재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 휴대폰을 충전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사는 놀라운 IT 세상은 바로 전자소재에서부터 출발한다.

 IT산업은 자칫 소프트웨어(SW)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IT산업의 출발은 바로 전자소재며 앞으로 디지털 전쟁의 승부는 전자소재기술이 좌우할 것이다. 각국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유기EL소재, 나노소재 등 차세대 전자소재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눈 여겨 보아야 한다.

 IT산업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고 전체수출의 3분의1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는 동북아에 위치해 세계 변방국가로 취급되고 있으나 IT분야만은 세계의 중심국가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외부에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전자소재의 무려 68%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지난해 3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기술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5∼10년 이상 뒤처져 있다. 오늘 당장이라도 소재수입이 되지 않으면 우리 IT산업은 문닫아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미 세계 2위 전자생산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기술수준 향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완제품과 부품분야에서 우리의 IT산업을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 경쟁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역량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전자소재 개발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노력한다면 중국과 차별화를 확대할 수 있는 분야다.

 21세기 우리 IT산업이 계속 성장해 무역흑자 기반을 강화하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취약한 우리 전자소재산업을 시급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전자소재는 부가가치가 높은 반면 기술적 독점성이 강하고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극도로 기피하는 분야다. 또 국산화에는 중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개발 후 신뢰성 확보 및 수요업체 발굴 등 사업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기업들이 사업참여를 기피해 왔다.

 다행이 최근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부품분야를 중심으로 국내기업들이 소재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하는 등 전자소재산업을 수출전략품목으로 육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IT산업발전을 위해 전자기기와 관련부품 육성에 집중적인 지원을 해왔다. 그 결과 디지털TV, 셋톱박스, TFT LCD, 반도체 등 세계 일류품목을 대거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전자소재분야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디지털 전자분야에서 우리가 시장과 기술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가지기 위해서는 차세대 전자소재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또 산·학·연 공동으로 ‘전자소재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기술과 시장동향을 분석하여 성공가능성이 높은 개발과제를 선정하는 한편 수요업체와 개발업체의 연계도 조직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재의 신뢰성 평가센터 등 인프라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 산업자원부가 IT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전자소재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있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신정부의 정책과제로 전자소재산업의 육성을 강조하고 싶다.